[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 탄핵’으로 직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 가해지는 압박은 ‘탄핵’과 ‘하야’다.
문화일보 최근 여론조사는 ‘탄핵-하야’가 46%, ‘거국내각-대통령 중심 수습’이 46%로 거의 비슷하다.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크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사태를 수습하라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속성상 조용할 뿐이다.
박 대통령이 어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교육부총리 출신인 ‘친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전격 발표하자 야당의 분위기는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탄핵-하야’를 본격 밀어붙일 태세다. 박 대통령의 일방 인사가 야당을 자극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분노한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지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반성 없이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정치적 해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최후통첩 하다시피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역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고 발끈했다.
더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장 극렬하다. 그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그는 긴급성명까지 내고 “박 대통령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헌법 유린과 국정농단과 관련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 것”이라며 박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시위를 서울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본인도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더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뺨 맞고 화 난 주인에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머슴 대통령은 인사할 때가 아니라 수사을 받을 때”라고 일갈했다. “주인 뺨을 올려 붙인 것도 모자라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머슴 대통령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라는 막말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길거리의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 호응하면서도 ‘탄핵’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을 목격한 때문이다. 섣불리 ‘탄핵-하야’를 주장하다 어떤 역풍이 불지도 모르고 여론이 순식간에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하야’는 대통령이 결심해야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경제부총리 등을 내정한 것으로 봐 ‘하야’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총리 후보 지명은 야당이 먼저 ‘거국내각’을 요구했다가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자 꽁무니를 뺀 뒤 나온 조치다. 더구나 김병준 후보는 ‘친노’다. 야당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야당이 뽑을 카드는 ‘탄핵’이다. 이미 내심으로는 ‘탄핵’을 열 번도 더했을 분위기다.
그렇다면 야당이 선택할 방법은 ‘탄핵’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을 향해 ‘패륜머슴 대통령’이라고 극언을 퍼붓고, 현직 서울시장이 대통령 하야 촉구집회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눈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거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까지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부화뇌동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야당이 망설일 게 없다. 박 대통령이 결심하지 않는 한 ‘하야’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패륜머슴 대통령’이라고 종주먹을 들이댈 게 아니라 국회에서 탄핵을 발의하는 게 어떨까?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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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자해지라고 대통령 스스로 해결해야죠. 대통령이라는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양보할 건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