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도
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 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경북 청도 출생
1976년 한국일보 신문문예로 등단 1978년 ‘시문학’ 천료
시집 <슬픔의 상류> <원효> <들풀> <장국밥> <청동의 배를 타고>외
한국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문학상, 김상옥문시조학상 등 수상
계간 <시조21> 발행인, (사)국제시조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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