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죽고 떨어져 죽는 베트남 新婦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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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죽고 떨어져 죽는 베트남 新婦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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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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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우리들 안에 숨어 있는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 베트남 신부를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한 판사가 우리 사회 야만성에 대한 절절한 자책을 판결문에 이렇게 담았다.
 베트남에서 우리나라에 시집온 스무살 후안마이는 짐승같은 한국 남자에게 맞아 죽었다. 2006년 12월 베트남에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장 모씨(47)와 그날 바로 결혼식을 올린 후안마이는 열아홉 살이었다. 그녀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에서 장 씨와 함께 살았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힘겹게 부부 생활을 하던 후안마이는 결국 결혼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가려다 술에 잔뜩 취한 남편에게 마구 맞아 세상을 떠났다. 장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상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후안마이는 사건 전날 남편에게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로 시작되는 긴 편지를 썼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마시는지 알고 싶어요. 당신이 일을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고, 건강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당신이 제게 많은 것을 알려주길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 저는 당신이 맘에 들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았을 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일뿐이었죠. 하지만 베트남에 돌아가더라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날 기회가 오길 바래요.” 구구절절 착하고 선한 마음이 담겨있다. 단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스물한 살 어린 여인은 한국의 짐승 같은 남자에 의해 숨이 끊겼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19살 나이에 서로 이해하고 위해 주는 애틋한 부부 관계를 꿈꾸고 한국에 왔지만, 남편의 배려 부족과 어려운 경제 형편, 언어 문제로 원만한 결혼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고 후안마이의 죽음을 애틋해했다.
 그러면서 통렬하게 대한민국을 비판했다.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21세기 경제대국 허울 속에 갇힌 우리는 19살 후안마이의 작은 소망도 지켜 줄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한국 사회의 야만성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구하는 심정”이라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베트남 국민들의 용서를 구했다.
 베트남 신부들의 비극은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3월 8일 경북 경산시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후인킴아인이 한국에 시집온 지 한 달도 안 돼 숨진 딸 쩐타인란에 대해 얘기하다 눈물을 흘렸다. 고개를 젖혀 아파트 14층을 올려다본 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렇게 높은 곳에서 딸이 스스로 몸을 날렸다니 믿을 수 없다”며 엉엉 울었다.
 쩐타인란이 한국에 도착한 건 1월 중순, 후인킴아인은 딸이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잔화로 통화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 딸은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계속 울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3주쯤 지나 결혼중개업체로부터 `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의 유골은 위로금 봉투와 함께 택배로 왔다. 후인킴아인은 딸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해달라고 울부짖고 있다. 그러나 사위 ㅎ 모씨는 “아내가 적응을 못해 이혼 한 뒤 베트남으로 돌려보내려고 비행기표까지 끊어 뒀는데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인킴아인은 여전히 “왜 딸이 내게 전화 한 통화 없이 자살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후안킴아인을 수행한 베트남 여기자는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쩐타인란이 왜 숨졌는지, 자살을 했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또다른 베트남 신부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외국인 신부, 특히 동남아 출신 신부들은 낮선 얼굴이 아니게 됐다. 신부감이 없는 농어촌에서 중국내 조선족을 신부감으로 맞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상이 동남아와 네팔, 티벳 등지로 확대됐다. 외국인 신부들이 TV에도 자주 출연하면서 국민들도 “우리 이웃”임을 실감했고, 이들과 가까워지려는 프로그램도 늘어났다. 그러나 외국인 신부들의 죽음은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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