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함에서 죽은 새
  • 김희동기자
투명함에서 죽은 새
  • 김희동기자
  • 승인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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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경
 

노을이 꽃물로 흘러간다

씨를 묻은 적도 없고 물을 준 적도 없지만

꽃은 저녁 하늘에 물든다

날개가 활발한 계절에 더 많이 피어나는데

노을이 붉은 건 투명함에 부딪혀

죽은 새를 조문하며

누군가 붉은 꽃을 들고 무음으로 울었기 때문이다



벽은 새를 쉽게 받아들이고

물고기는 바다의 투명함에 흡수되어 산다



이 죽음은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는 것을 죽은 새만 모른다



검정 밑줄처럼

새무리가 유리 벽 너머로 흘러가고 있다

핏물의 문을 방금 비껴간 행렬이다



밑줄에서 노을처럼 연주되는 레퀴엠

도대체 누가 슬픔을 투명함으로 치환하는가













 

 

 
수 경 시인
수경 시인

 

제9회 《시인광장》 신인상 수상

시집 『딸기 독화살개구리』

2023년 경기문화재단 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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