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이 세상에서

아니 어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겨울왕국의 얼음공주님을 위해

집사가 되고 싶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공주님께서 만성 두통을 호소할 땐

병원에 손잡고 가기

약국에 약 타 오기

영화관에 아주 관람하기 좋은 자리 잡아주기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할 땐 페이지터너가 되어주기

잠자리에 들 때는 머리맡에 다가가

고운 꿈길을 걸을 수 있게끔

서너 장씩 책 읽어 주기

가끔 놀이 삼아 쉬운 수학 문제를 내어

“집사 그것도 못 알아맞혀” 면박을 줘도

공주님 얹잖아 하지 않게

다소곳이 머리 조아려 부끄러워하기

더러 마음이 슬퍼 보일 땐

가까운 근린공원에 함께 산책해 드리기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할 땐

몇 소절은 따라 불러주기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다 할 땐

시장에서 조목조목 식자재를 구해

맛있게 요리한 음식으로

분위기 있는 갓등(燈) 아래 저녁 식탁 차리기

궁전 같은 크루즈여행을 가고 싶어 할 땐

무엇보다 공주님의 안전을 위해

민첩한 보디가드가 되어주기

인간 세상을 두루두루 꿰뚫는

피아니스트이자 화가이고

시인이자 수학자 철학자인 공주님은

천재 아니 천상세계의 귀한 분이기에

모시는 것만으로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기

어떠한 일을 하든 스스로 알아서 하며

절대 보수는 한 푼도 받지 않기

마지막엔 공주님을 꽃수레에 태워

하느님께 모셔다드리기

그제야 나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겠지

홀로인 나는 우주 여행길에 들어

오직 영원한 나의 공주님만을 생각하기

 

 

 

 

 

 

 

 

 

 

 

경남 사천 출생, 1981년 체신부 입적. 2010년 6월 정년퇴직

1984년 《한국노총》 지령(紙齡) 200호 기념 현장시 당선

1996년 《평화은행》 ‘제3회 우리근로자 문예작품 현상공모’ 시당선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 시 장려상 당선

제1회 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詩 최우수 당선

시집 『우편실의 아침』 『사랑하는 사람아』 등

현재, 한국문협 문인권익옹호위원회 위원

서재 「푸른문학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