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철형
집과 집의 경계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등 구부린 채 쓰레기더미를 핥는 고양이들이
건물의 틈을 들락거리며 털갈이를 하는 때
짧은 눈빛으로 마주 서는 몇 번의 시간
차가운 계절은 뜨거운 계절을 썰물처럼 밀어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맴도는 고양이 삼 형제
발걸음을 멈춘 채 서로 탐색하는 시간
시대의 비릿한 소리를 끌고 내가 바람처럼 사라질 때면
뜨거운 눈빛이 안개처럼 따라온다
겁 없는 고양이를 뒤로한 채 귀가하는 날이면
어미는 어둠 속에서 쉼 없이 장난치는 새끼들을 보며
경계선을 지나가는 나를 예리하게 바라본다
토실토실한 것들을 어떻게 잘 키워냈을까
이 땅에서 집 없는 사람들은 나비 나비하고 부르면서
제대로 살아남는 법을 잠시 물어보아야 하겠다
아직도 거리는 아이 울음이 비릿한 어둠 속에 가득하고
겁 없는 새끼는 어미를 따라 허공을 바라보며 우는 밤
잠 못 든 새벽을 깨우는 소리가 저 멀리서 또 들려온다
충북대 중문과 졸업, 《문학세계》 등단
시집 『그리움도 때론 푸드덕거린다』 외
한국농촌문학상, 이해조문학상 수상 외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장(역임)
현재, 「한율엔터테인먼트」 기획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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