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0일 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정의했다. 특히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호전적 표현이 충격적이다.
주목할 대목은 화해 분위기를 위장하기 위하여 그동안 약방의 감초처럼 써먹던 ‘우리 민족끼리’라는 수식어를 폐기하고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햇볕정책에 대해 사망 선고를 내렸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애당초 북에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가설 자체가 공상 소설 속에서조차 가능성이 희박한 순진한 발상이었다.
지난 정부는 ‘같은 민족에게 핵을 쓸 리 없다’는 미망에 사로잡혀 대북 퍼주기에 몰두했었다. 나아가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전 세계를 속였다. 그 결과 북한이 시간을 벌어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전술핵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김정은의 ‘핵 공갈’을 놓고 여야 진영은 모처럼 “강력 대응”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워 이념적 편향에 치우친 대북정책만을 고수한 윤석열 정부도 상시화된 위기 국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공격한 대목은 지질한 적반하장으로 읽힌다. 이쯤 됐으면 최소한 북한에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게 해준, 돼먹지 못한 ‘햇볕정책’ 망상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정은의 발언이 ‘대내용’이든 ‘핵보유국 전략’이건 간에 우리의 안보 상황이 한층 엄중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정은 공갈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강력한 대책 마련이다. 북한의 협박을 압도할 국방 태세를 갖추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자체 개발하든, 빌려오든 안보 불안을 잠재울 압도적 힘을 무조건 확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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