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 김희동기자
나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 김희동기자
  • 승인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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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희


구두 뒤꿈치

꼬리가 있던 자리를 만져본다



이제는 퇴화해 흔적만 남은 자리



구두병원 늙수그레한 의사는

너무 흔들어 닳은 거라고

꼬리뼈를 갈아야 한다고 진단을 내린다



이제는 닳고 바랜

한때 뭇 수컷의 휘파람을 휘감던

핑크색 꼬리



수선하면 십 년은 더 흔들 수 있겠지



갈아 끼운 꼬리뼈가 제법 기운차다

몇 걸음 흔들면

금세 새 털이 자랄 것만 같은

간지러운 봄

 

 

 

최선희 시인

<약력>

2013년 《문예시대》 등단

《부산시단》 작가상, 《실상문학》 작가상, 《문학도시》 작품상 수상

시집 『콩잎여자』, 『꽃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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