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길을 나선다
머릿속 기억을 더듬으며
니캉 내캉 지팡이 친구 되어서
바다의 김을 채취한 어제처럼
다시 오늘도 황혼의 발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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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사진이다.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듯한 그림자까지 운치 있다.
사진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언술은 마지막 한 줄이어도 좋을듯하다.
지팡이를 짚고 앞서가는 이의 포즈가 힘차다. 말이 따로 필요 없는 동행이다. 꽁꽁 싸매어 보이지 않는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숨어있을까. 평생을 해온 일이라 눈감고도 할 수 있지만 이제 혼자는 버겁다. 니캉 내캉 함께 나서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무언의 신호가 숨어 있겠지.
어머니도 아닌 할머니의 바다라서 황혼의 발자국을 남겨놓을 바다라서, 지팡이가 함께 한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주황빛 해의 기운에 마음이 스미는 작품이다.
디카시:허만현/ 글: 정사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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