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속에 숨어 꼬리 치는 불순세력들
  • 경북도민일보
`촛불’ 속에 숨어 꼬리 치는 불순세력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8.0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윤환(컬럼니스트)
 
`촛불’이 변질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먹거리 수호’와 `검역주권 회복’ 차원에서 시작된 촛불집회와 시위가 요상한 세력들에 의해 성격이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신이 내린 직장’에서 `철밥통’을 지키려는 공기업 노조들과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동안 왜곡방송을 일삼아온 일부 공영방송들이 촛불 속에 파고들어 명줄을 지키려고 용을 쓰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광우병 대책회의라는 급조된 단체는 20일까지 쇠고기 재협상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권 축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새로운 의제로 추가했다. 그 사이 전교조와 민노총이 촛불시위 부대의 주력으로 등장했다. 어린 학생들이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순수하게 시작된 촛불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공기업 노조와 공교육 자율화에 반대하는 전교조의 놀이터로 전락한 격이다.
 소위 100만명 촛불시위가 벌어졌다는 지난 10일 이후 촛불시위는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11일에는 불과 몇 천 명이 길거리에 나왔고 12일에는 촛불시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를 정도다. 다만 13일에는 지난 2002년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숨진 미선·효순 양 추모제를 겸한 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은 약 2만명이 모였다지만 경찰 추산은 수천 명이다. 2002년 처음 촛불추모회가 열린 이후 매년 같은 날 집회가 열렸지만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쇠고기 촛불시위의 끝물에 추모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책회의측도`6·10’ 100만명 시위의 하이라이트로 13일의 미선-효순 양 추모집회를 삼았을 정도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인파만 모였을 뿐이다.
 추모제에서 자신을 고3이라고 소개한 신모 양은 `미선·효순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언니, 얼마 전 병원에 갔더니 `성대 결절’이래요. 의사 선생님은 노래방에서 놀다 왔느냐고 물었어요. 이렇게 목소리가 갈라지도록 외치는데, 왜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언니가 억울하게 희생된 것도, 우리가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언니들, 언니들이 살아 있었더라면 함께 촛불을 들었을 텐데….” 쇠고기와 미선-효순 양 사건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같은 날 미선-효순 양 묘소에서도 시민단체가 주도한 추모제가 열렸지만 이들의 가족은 단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그들만의 행사”였던 셈이다.
 촛불시위가 위력을 발휘하는 듯하자 지난 12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8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KBS 지키기’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감사원은 부당한 표적감사 중단하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정연주를 지켜내자”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KBS 본관을 둘러싸는 `인간띠잇기’ 행사도 진행했다. 이 방송 일부 PD들은 “촛불들이여 KBS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광고도 실었다. 대한민국의 명줄을 마치 `촛불’이 장악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땡전 뉴스”의 기억을 잊었는지, 아니면 “좌파의 추억” 때문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촛불시위가 사그러들어가자 한 누리꾼(홍련의불꽃)은 아예 `시급 사안’이란 글을 올렸다. △건강의료보험 민영화 입법예고 및 집시법 개악 반대 의견 국회에 제시 △방송통신위원회 및 최시중 감사·탄핵 △ KBS 및 MBC 살리기 △`조·중·동 죽이기’ 지속적으로 숙제하기(조·중·동 지면에 광고를 게재한 광고주에게 항의하는 것을 뜻함) 등이다. 언론자유 투쟁과 거리가 먼 KBS와 MBC는 살리고 반독재 투쟁을 벌이다 정간과 세무조사 등의 탄압을 받은 `조·중·동’을 매장하자는 것이다. 또 국민 혈세로 제 밥그릇 지키는 국민연금 개혁도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촛불이 말해야 할 차례다. 국민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신이 내린 직장에서 철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세력에게 이용당할 것인지. 친북-좌파들의 전성시대를 그리워 하는 `권력 금단증’ 환자들에게 휘둘릴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촛불을 스스로 들었으니 순수하지 못한 불을 끄는 것도 촛불의 책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