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엔 까치는 길조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새였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있다는 말이 귀에 익은 터다. 속담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어 교과서에서 `은혜갚는 까치’ 이야기를 배운 세대들도 여전히 건재하는 터다. 날씨가 매우 추운날이면 삼촌은 “온동네 까치가 다 얼어죽었다”고 허풍을 떨곤했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소년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추위도 잊고 한달음에 미루나무 밑을 살펴보려 달려나가곤 했다. 이런 추억이 아스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까치가 언제부터인가 미운 털이 박힌 새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도시 까치는 전봇대에 둥지를 틀어 정전사태를 빚는다. 한경부가 `까치 통계’를 내놨다. 지난해 전력시설 피해가 377억2600만원 이다. 100% 까치의 소행이다. 농촌 까치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 농작물 피해액 138억원 가운데 20억4700만원이 까치 탓이다. 이 두 가지를 합친 것이 야생조수가 끼친 전체 피해액 555억원 가운데 72%였다. 까치가 `비호감’이되고만 연유가 분명해진다.까치밥은 넉넉하고 푸근한 농민의 마음씨를 읽을 수 있는 상징물이다. 빨갛게 익은 감 몇개를 나무끝에 남겨놓은 것이 까치밥이다. 까치밥만으로는 성의가 부족하다고 여겼음인가. 농작물에 흠집을 내니 배신감을 갖는 쪽은 농민이다.
며칠전 `비둘기 팔자’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비둘기를 팔자’고 혹이 붙어 실려 실소한 일이 생각난다. 하기야 졸지에 애물단지가 돼버린 비둘기나 까치로서는 팔자(八字)타령보다는 팔려 갈 길이 있다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김용언/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