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이제 공짜는 싫다”고 외쳐야
  • 한동윤
국민들이 “이제 공짜는 싫다”고 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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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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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후보`공짜버스’공약의 함정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유력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교통’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해 경기도민들을 `공짜버스’에 태우겠다는 솔깃한 공약이다. 김 전 교육감은 4년 전 경기도 교육감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들고 나와 당선됐다.
 중국 베이징(北京)은 2007년부터 사실상의 `무상교통’을 도입, 시행해왔다. 김상곤 식 `경기도 공짜버스’의 원조다.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이동거리에 상관없이 각각 2위안(약 360원), 1위안(약 180원)으로 낮췄다. 이동거리의 장단에도 상관없는 고정 가격이다. 특히 버스는 교통카드를 사용할 경우 4마오(약 70원), 학생카드를 쓸 경우 2마오(약 35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공짜’다.
 의도도 좋았고 필요성도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교통체증을 대중교통수단으로 흡수하기 위해 짜낸 고육책이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철기군(오토바이 부대)’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 고민을 해소할 카드가 `공짜버스’였다.
 베이징시는 무상교통 정책에 따라, 2000년 한때 3위안까지 올라갔던 지하철 요금은 2007년 임금인상과 물가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되레 2위안으로 내렸다. 거리비례 요금제를 채택한 상하이, 톈진, 광저우, 난징 등 다른 대도시들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이다. 심지어 14년 전 베이징의 공공교통 요금보다도 쌌다.
 베이징 시민들이 환호한 것은 당연했다. 시내를 점령하다시피했던 `철기군(오토바이 부대)이 사라졌다.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앞 장안대가를 꽉 메웠던 오토바이 행렬이 버스와 지하철로 흡수됐다. 대기도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결국 `돈’이 발목을 잡았다.

 지하철과 버스에 몰리는 시민들을 위해 운행평수를 늘려야 했다. 차량 도입과 유지보수 비용이 천정을 뚫었다. 계속된 `공짜버스’의 적자를 메워야하는 교부금은 피같은 베이징 시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었다. 2010년 128억위안(약 2조2160억원)에 달하던 대중교통 보조금은 156억위안(2011년), 175억위안(2012년)으로 치솟았다. 이 중 138억위안(약 2조3818억원)이 버스에 투입됐다. 지난해에는 무려 180억위안(약 3조1170억원)의 보조금이 공공교통에 투입됐고, 올해는 보조금이 200억위안(약 3조46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이라지만, 3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면서 다른 복지가 희생될 수 밖에 없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의 `공짜버스’는 그가 휘둘렀던 `무상급식’처럼 당장 경기도민의 호응을 얻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발을 가볍게 해주겠다는 데 반대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 김 전 교육감이 노린 것도 이것이다.
 베이징시는 작년 말 공식적으로 `공공교통 요금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며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공짜버스’로부터 호된 보복을 당한 꼴이다. 베이징시는 결국 이동거리에 상관없이 0.2위안(버스)~2위안(지하철)씩 받던 공공교통 요금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기초해 이동거리와 이용시간 등을 종합 고려해 다시 책정키로 했다.
 `공짜버스’의 저작권은 민주당 원혜영 의원에게 있다. 경기도지사선거 출마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원 의원은 `대중교통공영제’ 차원에서 `공짜버스’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원 의원조차도 “공짜버스 공약은 복지국가로 가는 장애물이 될 뿐 아니라 6·4지방선거에서 야권에 재앙을 안겨줄 것”이라며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비난했다. 원 의원은 “지금도 경기도의 민영 버스회사들이 중앙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연 4000억원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공짜버스를 통해 더 많은 예산을 버스회사에 내주게 되면 경기도 살림이 바닥 날 수도 있다”며 김상곤 전 교육감의 `공짜버스’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야권에서 나온 김 전 교육감의 `공짜버스’에 대한 비판은 더 아프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무상버스는 무상급식보다 3배 강력한 공짜 바이러스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공짜’는 듣기도 좋고 입에 한없이 달다. 그러나 `공짜’는 더 많은 `공짜’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버스가 `공짜’니 `시외버스’, `열차’, `비행기’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 대가는 경기도민의 세금이다. 발이 `공짜’를 즐길 때 몸은 세금을 내느라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 경기도민들이 “공짜는 싫어요”라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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