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동방 125㎞에 위치한 동해 `병’해역은 한때 해양오염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곳이다. 육지에서 발생하는 온갖 폐기물을 해마다 무분별하게 버린 탓이다. 그 결과 이 해역은 중병이 들다시피 했고 저서생물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한 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 정도이던 해역이 올해 1/4분기 해양오염 조사 결과 검사대상 전항목에서 수질 1등급을 유지했다. 포항해양경찰서는 이를 “엄격한 관리”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도 감독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수심 98m 영일만 바다밑에 가라앉은 경신호 기름탱크엔 아직도 벙커C유 600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싣고 가던 벙커C유 2560㎘ 가운데 1900여㎘가 유출된 나머지 분량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남아 있는 기름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재작년엔 무인회수시스템 개발에 33억 원이나 들이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이다. 소요 예산이 막대해 “사업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란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현상을 지켜보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시간 예고하고 터지는 돌발사고는 없는 것 아닌가.
동해`병’해역이나 `경신호’사태나 모두 현재진행형 상황이다. 두 가지 모두 관계당국이 심각성을 인정한 터다. 그러나 그 차이는 사후처리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육지 쓰레기 투기로 죽어가던 `병’해역은 되살아났지만 벙커C유가 언제 쏟아져 나올지 모를 영일만 해역은 늘 조마조마하다. “선체 부식이 거의 없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관계자의 말 한마디가 유일한 위안의 근거가 되고 있을 뿐이다.
경북은 내륙과 함께 바다도 삶의 터전인 지자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경신호 같은 `기름 폭탄’을 안고 불안해 하는 주민을 안심시켜 주는 게 당국이 할일 아닌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