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맨 유재석의 `2인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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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개그맨 유재석의 `2인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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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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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학평론가)
 
 힘이 집중되는 곳에는 1인자, 최고결정권자가 있게 마련이다. 1인자는 그러나 막강한 힘과 권위에 비례해 어려움도 많다. 앙드르제 자니위스키의 소설 `쥐’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지도자 쥐를 해부했더니 머릿속이 다 녹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최고결정자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말이다. 괴롭고, 흔들리기 쉬운 자리다.
 수많은 이들이 1인자 자리를 노린다. 불안감이 친구처럼 함께 한다. 항상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생명을 단축시킨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우려감은 이를 부채질한다. 주변에 뛰어난 인재들을 멀리하고 고립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오히려 2인자가 여러 모로 장점을 지닐 수 있다. 역사상 2인자로 오래도록 기득권과  명망을 유지한 사람도 많다.
 2인자 리더십을 말할 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권력자에 아부하고 양지만 바라보거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원칙과 지조를 버리는 인상이다. 가늘고 길게 오래 사는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능력면에서도 1등급이 아니라 2등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영원한 2인자라는 말은 이러한 면을 강하게 내포한다. 다른 하나는 2인자의 능력이 없으면 1인자도 없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2인자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앞에 나서거나 위에서 지휘하는 능력이 없고 옆에서 참모나 조력자의 역할을 잘하는 사람은 2인자 그룹에 포함될 확률이 크다. 2인자로 훌륭한 사람이 1인자 역할을 잘 할지는 알 수 없다. 거꾸로 1인자 위치에서 잘한 사람이 2인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1인자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2인자 같은 1인자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송 프로그램을 보자. 개그맨들은 항상 남다른 말과 행동으로 인기를 모은다. 항상 1인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그맨이 항상 1인자가 되는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그래서 잠시 쉰다고 활동을 접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언제나 그들이 1인자가 되어야 하는 심리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는 1인자 같다. 항상 프로그램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1인자처럼 행동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혼자 능력으로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자신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경우를 보면, 전적으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않는다. 그는 다른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을 받거나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가끔씩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약간씩 덧붙인다. 일종의 플랫폼 안에서 다른 이들이 잘 놀아주게끔 균형을 잡아준다.
 항상 1인자들은 갈려나간다. 트렌드 흐름이 방송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출연한 1인자들은 항상 불안과 부담감을 갖지만 진행자는 2인자 리더십을 발휘하면 된다. 자신이 항상 튀거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끌어내리거나 자리를 위협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적어진다. 1인자보다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여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강호동이나 박명수, 김제동이 1인자 리더십만 발휘하려 했다면 인기를 구가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신동엽이나 탁재훈처럼 1인자 리더십을 보인다면, 장기적으로 힘들어진다.
 1인 리더십은 한계를 보이기 쉽다. 유재석이 오랫동안 최다 겹치기 출연하면서 자신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인자 리더십을 통해 수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2인자 리더십을 아부하거나 몰염치 혹은 줏대가 없는 행동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겸손의 리더십으로 평가하는 경향이다. 그것은 일종의 조율사의 역할에 해당한다. 따라서 2인자의 리더십은 2등급의 리더십이 아니라 배려의 리더십이자, 중심의 리더십이다. 
 진정한 2인자는 모든 이들을 1인자로 대우하는 사람이다. 인정과 배려를 받은 상대방들은 1인자 같은 재능을 보인다. 혼자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열심히 하는 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1인자 위치에만 올라가려 한다. 2인자를 도외시하거나 그 역할을 매우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진정 1인자 위치에 남으려 한다면 2인자 리더십, 중심의 조율 리더십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말 1인자라도 2인자 같은 리더십이 자신이나 전체 구성원에게 더 효율적이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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