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주무부처는 분명 농식품부다. 협상대표도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도 “최종 결정을 내가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성이 보건복지장관이 엉터리 협상 책임이 `통상라인’에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통상부가 잘못했다는 얘기다. 물론 협상 잘못에 대한 책임 규명은 중요하다. 그러나 협상을 바로잡을 생각보다 책임전가하는 모습은 정말 한심하다.
쇠고기 협상은 시종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 `타결’을 발표한 것도 배경이 의심쩍고, 30개월 이상 소의 고기 수입 여부를 간과된 것도 눈감고 넘어가기 곤란하다. 무엇보다 미국 당국의 영문 규정을 잘못 해석해 `육류사료’ 규정이 완화된 것을 `강화됐다’고 해석한 외교통상부의 책임은 아무리 문책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김 장관은 국무회의 멤버다. 지난달 쇠고기 협상 준비 및 진행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협상이 끝나고, 책임론이 대두되자 느닷없이 “협상을 이끈 것은 통상쪽으로, 외교통상부 잘못을 농립부가 대신 지적받고 있다”고 공개리에 주장했다. 왜 국무회의에서 그같은 주장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뿐이다. 더구나 보건복지부가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국민건강을 책임진 부서아닌가.
물론 김 장관 주장대로 협상 주역인 농식품부 뒤에서 다른 부서가 협상을 좌지우지했다면 그건 큰 문제다. 쇠고기 수입이 농식품 정책에 근거하지 않고 외교통상, 또는 정치적 이유로 영향을 받아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장관 주장이 맞다면 쇠고기 수입이 외교통상부의 입김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과연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갑자기 쇠고기 수입이 결정된 데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한미동맹관계 승격에 치중해 국민건강이 직결된 쇠고기 수입을 졸속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이런 의심 때문에 이 대통령의 방미 성과도, 한미동맹 복원도 의미를 잃고 말았다. 대미 외교와 통상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비난은 이래서 나온다. 특히 정부내에서 서로 손가락질하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행태는 정말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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