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영화는 성공하고 탈북자 영화는 인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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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 영화는 성공하고 탈북자 영화는 인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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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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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헌 식 (문화평론가)
 
 영화 `크로싱’은 `화산고’, `키스할까요’,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등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 작품이다. 김 감독의 전작들을 고려하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작들과 개봉 영화 `크로싱’은 너무 다른 내용에 스타일을 담고 때문이다. 왜 그는 갑자기 탈북자 문제를 영화로 만들었을까.
 김 감독은 10여년 전 ´꽃제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프리카같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는 동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뒤에 많은 자료를 섭렵하면서 준비했다고 한다. 감독은 영화에서 다룬 내용은 10분의 1도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100여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모두 채록했다고 한다. 그동안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고,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은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탈북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는 흔치 않았다.
 영화 `크로싱’과 같이 굶주림, 질병, 꽃제비, 수용소의 생활상 등을 정면에서 담은 대중 영화는 없었다. 왜 없었을까.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는 영화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탈북자를 다룬 뉴스가 나오면 순간 시청률이 낮아진다는 말도 있다. 이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대중적 소외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탈북자 문제를 다룬 `국경의 남쪽’은 많은 제작비와 완성도 높은 작품 수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참패했다. 1999년 이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등 분단현실을 우회적으로 다룬 영화들이 대개 성공했다.
 영화 `크로싱’은 실제로 제작과정에서 투자받기는 힘들었고, 주인공인 차인표도 세 번이나 거절했다고 한다. 물론 캐스팅 된 이후에 차인표는 혼신의 힘을 다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모습을 처절하게 연기했다. 가족을 보호하지 못한 가장의 죄책과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아들의 회한의 심리는 극의 정점을 이룬다.
 영화 `크로싱’은 가족 영화라는 특성 속에서 탈북문제를 다루어 어려운 여건을 돌파하려 했다. 한 가족이 굶주림과 질병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짙은 휴머니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가족의 죽음과 이별, 재회에 대한 안타까운 소망감은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연인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국경의 남쪽’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아쉬운 점도 눈에 들어온다. 일찍부터 정치 사회적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는지, 가족의 비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 사회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어 용수(차인표) 가족만이 거의 전적으로 묘사된다. 한 가족이 해체되는 것은 단지 굶주림과 질병이 아니라 굶주림과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그 무엇인가이다. 그 무엇인가는 사회체제와 구조 그리고 국제적 역학구조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을 영화는 소외시키고 말았다.
 자칫 탈북자 문제를 눈물을 짜내는 도구와 수단으로만 삼는 소재주의에 머물게 한 점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가족을 그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주인공들의 현실 인식은 철저하게 거세되어 있다. 오히려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각자 개인들의 무지와 부족, 불찰을 탓한다. 일종의 자학의 비극성을 드러내기에 충만하다. 아니 누군가 외부의 대상을 원망하기는 한다. 예수는 남조선에만 있고 왜 북조선에는 없냐고 용수는 항변한다.
 이제`크로싱’ 같은 영화는 2부 순서로 들어갈 시점이다. 탈북자들이 어떻게 남한에서 살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대중 영화는 아직 없다. 물론 아직 탈북자를 제 담아낸 영화도 없는 상태에서 그 이후를 바라는 것은 부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적으로 진행될 필요도 있다. 다만,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나 민족주의 혹은 휴머니즘 관점에서나 탈북자 문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에 대한 적절한 개론, 입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천주교에서는 `크로싱’ 관람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환기를 위해서다. 천주교에서만 이러한 캠페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평자들이 이러한 탈북 문제를 다룬 영화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문화가 여전히 아쉽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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