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보다 `물가안정’이 시급하다
  • 경북도민일보
`성장’보다 `물가안정’이 시급하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8.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진영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 3%보다 훨씬 높은 5%를 넘어서고 하반기 성장률도 3%대로 떨어질 것이 우려되자 경제정책 기조를 대폭 수정하였다. 수정이 아니라 정책기조 변경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성장우선 정책이 물가안정 정책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급하고 초조한 듯하다. 현 정권처럼 정권을 잡자 말자 물거품처럼 서민들의 가슴을 허전하게 만든 적은 없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지금 처지는 사면초가, 내우외환으로 말하기도 부족할 정도이다.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하기까지 하다는 등 온갖 험한 소리를 다 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지난 10년 집권 세력의 끈질긴 저항과 준동으로 해석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현 정권이 극복해 내야 할 과제들이다.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하고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올바른 처신이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당장은 감동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결국 한국 경제를 위하는 길이다.
 쇠고기 파동은 정치적으로는 미숙하였을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는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를 처절하게 경험하게 하였다. 삶이란 최고가 아니라 최선의 추구이며, 검역권보다 앞서는 것이 자기주권이다. 현 정부는 섣부르게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였고 그것이 빌미를 제공하였다. 2개월이 넘는 동안 이 나라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국가의 기운이 조금씩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였다.
 그러나 쇠고기 시장에 가 보라. 지난 몇 달 동안 한국에서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는지가 슬픔과 분노로 다가올 것이다. 한우를 비롯하여 수입 쇠고기의 가격이 급락하였고, 쇠고기 대체재인 돼지고기의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정국은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에 풀리면서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시장이 판가름해준 것이다. 시장의 진실은 그러나 누구의 간섭도 없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조건을 전제로 한다. 현 정부는 시장의 힘을 알기 때문에 갖은 욕과 비판을 감내하면서 어리석을 정도로 기다렸을 것이다. 
 성장이 아니라 물가안정이 우선 되어야 했다. 성장은 소비를 억제한 결과이며, 시장경제에서 그 억제의 정도는 개인 의사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성장 목표를 설정해놓고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지 시장 개입 정책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물가안정은  자체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현 정부의 정책목표와 정책기조는 처음부터 엇박자였다. 시장 친화적이라면서 성장을 추진한 것은 시장을 어설프게 알고 있었든지 아니면 포퓰리즘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신문사들의 최근 기사 제목을 보면 한국경제는 곧 결딴이 날 것만 같다. 2차 외환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이미 진입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위기 경보를 알리는 외침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정책수단을 강구하여 이 위기를 수습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재와 유가의 급등과 같이 비용 상승으로 말미암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에는 묘책이 없다. 혹자는 재정과 금융 정책의 적절한 혼합을 주문하기도 한다. 그것은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내일의 유가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경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몇 가지 원칙에 충실 하는 수밖에 없다. 성장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물가를 잡을 수 없으며 물가가 안정된 후에야 성장을 위한 정책 대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비용-물가-임금 인상의 악순환적인 고리를 낳기 때문이며 그 고리를 끊기 위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통화정책으로 그것의 통제가 가능하다.
 특히 어려운 세계경제는 석유 수급 불안 외에 글로벌 유동성의 과도한 팽창이 그 원인이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를 위한 긴축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유동성 공급을 억제하면 취약한 가계와 중소기업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피하려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충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우 굴 피하려다 호랑이 굴을 만나는 짝이다. 어려운 시기를 겪을지라도 먼저 경제체질을 단단히 해놓는 것이 양심적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www.cfe.o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