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예술인지? 외설인지?남근 깎는 목각장! 목각이 외설이 되어,끝내 법정에 섰다. 유죄가 확정되자,남근 같은 판결이라네.
-김시종 세월이 내 얼굴을밭으로 착각하고, 버섯농사를 짓는다. 지난해엔 없던 검버섯이,내 얼굴 여기저기에 올해 여러 포기 돋아났다.
-김시종 이순(耳順)의 아내 귓가에서,한겨울에도 매미가 앉아 운다. 아내는 매미를 내쫓으려고,개소주를 나팔분다. 매미의 천적(天敵)은까치가 아니라, 멍첨지다.
-김시종 참새가겨우내목련나무 빈가지를 시소삼아흔들며 지저귀더니, 목련 나무 가지에뾰족한 귀가 돋아나고, 오늘은목련이 하얀 촛불을 켜들고마을로 봄마중을 나온다.
-김시종 봄날을 종합예술이다. 빛과 소리의 연합전선이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목련꽃도 귀를 활짝 열어놓는다.
-김선식 꿈결처럼푸르름이 흐르는계절에정다웠던가슴열고한그루난초로빛을 내고 싶다사랑하고픈 그대조금 다가서면여인이 되었을 이름
-고증식 너를 건널 수 없어라 네 가슴에 비수로 꽂은 말 몇 마디 긴긴 새벽편지로 달려밤새 울음이고 싶은데 안개 속 서성이며 너는 너대로나는 나대로
-김시종 돌은 눈이 없어도세상을 다 본다. 돌은 귀가 없이도,새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돌은 입이 없어도,못할 말이 없다. 돌은 구슬보다 완벽한신(神)의 역작(力作)이다.
-김시종 잠이 덜 깬 강물도 싣고 달린다. 새벽잠도 싣고 달린다. 텅텅 빈 첫차도 안 보이는 것들을 가득 싣고 달린다.
-김시종 바람이 문을 연다.밖은 춥다고방안에 들어 오려고, 바람이 방문을 흔든다. 바람이 방에들어오는 걸 막으려고,문을 꼭 닫는다. 그래도 바람은포기하지 않고,자꾸 문을 두드린다.
김난희 추운날엔따뜻한 차 한잔이 그립고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립고그립고 그립고… 그러나추운 날엔둘 곳 없는 마음 시리고별빛조차 시리다.
박경순 날 수만 있다면보이지 않는너의 마음 위로 날아가사뿐히 앉고 싶다할 수만 있다면늘어지는 햇살을잘게 부수어그대 창가에 뿌리고 싶다
김지하 마음 산란하여 문을 여니 흰눈 가득한데 푸른 대가 겨울 견디네 사나운 짐승도 상처 받으면 굴속에 내내 웅크리는 법 아아 아직 한참 멀었다 마음만 열고 문은 닫아라
김용택 당신 생각으로 당신이 내 마음에 가득 차야 하늘에 별들이 저렇게 빛난다는 것을 당신 없는 지금, 지금에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