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北韓, 영리한 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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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北韓, 영리한 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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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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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칼럼니스트)
 
 북한 핵과 관련해 유엔안보리는 결의안 1874호를 채택하고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핵 실험을 강행한 북한과의 모든 거래를 봉쇄하고 핵을 포기토록 압박하는 것이다. 국제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추적이 시작됐고, 화물에 대한 검색도 강화하고 있다. 국제금융거래가 끊겼고, 식량지원도 봉쇄됐다.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조문사절을 파견하고,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간청’한 것도 유엔 제재와 무관치 않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을 초청해 여기자 2명을 석방하고,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불러들여 개성공단 근로자를 돌려보내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가 숨통을 조여오자 질식 직전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북한 관계자들이 “남한에는 쌀이 남아돈다면서요?”하고 쌀 지원을 애원한 것도 그렇다.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에는 중국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북한이 입은 타격이 컸다. 과거 국제사회가 북한을 옥조이면 중국이 이런 저런 지원으로 숨통을 터줬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에는 단단히 화가 나 제재에 적극 동참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겠지만 북한을 더 압박하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었다. 원자바오 총리가 김정일을 만나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그 규모가 최소 4억 5000만달러다. 무상 지원이다. 숨통이 끊어져 가던 북한에게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을 해체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대북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이 가세해야 국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중국이 `배신’하는 바람에 대북 제재가 바람 빠진 풍선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을 6자 회담에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원자바오를 만나 “(미북) 양자회담에 따라 6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꼼수’를 쓴 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6자 회담장을 뛰쳐 나간 뒤 금융제재가 시작되자 미북 대화를 통해 금융 제재 해제를 얻어내고 회담에 복귀했지만 몇 달 되지 않아 회담을 거부했다. “우리 사전에 6자 회담은 없다”고 길길이 뛴 북한이다. 또 다시 중국의 지원을 받고 6자 회담 복귀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지원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속셈을 알 수 있는 잣대다. 북한 핵 무장을 바라지 않지만 대북 제재로 북한 숨통이 끊겨 김정일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이중성이다. 중국이 보기에도 유엔 제재안 1874호는 북한에 `극약’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북한 주민의 3분의 1이 기아의 위기에 처했다”고 했을 정도로 극한 상황에 처했다. 이대로 두면 김정일 체제는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인민들이 봉기할 경우 북한이 한국과 미국 영향력에 들어갈지 모른다.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핵은 둘째다. 김정일 정권을 연명시켜야 한다. 북핵도 싫지만 한반도 통일은 더 싫은 것이다. 그래서 김정일이 숨 쉬고 버틸 정도의 지원으로 북한을 더 가까이 붙들어 놓고 한반도 분단을 지속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약속한 4억 5000만 달러 가운데 3억달러의 물자 중 식량과 원유 및 각종 생필품은 2억달러, 나머지 1억달러는 통신설비·장비 지원이다. 또 중국은 신압록강 대교를 건설해주기로 했다. 건설비는 1억5000만 달러다. 압록강 하구의 비단도를 북한 경제개발의 거점으로 만드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핵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자 중국에 빌붙어 쌀을 구걸하고 다리도 세워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북한이 남한을 `미국 식민지’ 운운해온 게 가증스럽다. 북한은 완전히 중국의 `속국’이 되고 말았다. `주체사상’이 하품할 지경이다.
 중국의 대북 원조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래도 미국과 일본, 러시아, 한국은 대북 제재를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북한이 중국에 기대어 연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 중국도 북한이 무한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핵을 그대로 두면 북핵이 언젠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투쟁을 벌이는 소수민족의 손에 들어갈지 누가 알겠는가. 얄미운 중국보다 미련한 북한이 더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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