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현 소령, 대사관 항의…사과·삭제 약속
13세 소녀가 창문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1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는 등 한국에서 아동 노동이 성행하는 것처럼 묘사한 글이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독일 밤베르크 대학에서 위탁교육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역 소령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와 밤베르크 현지의 카울베르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윤지(9) 양에 의해 최근 발견됐다.
바이에른,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 등 독일 4개 주의 초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읽기 교과서는 전세계의 아동 노동 실태를 다룬 32장에서 `특별 할인 티셔츠-한국 섬유산업의 한 소녀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1960~70년대 상황을 묘사한 듯한 글과 사진을 시점에 대한 언급 없이 기술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동생 순희와 방 한 칸을 빌려 자취하는 은하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 글은 “티셔츠! 항상 똑같은 티셔츠! 해가 뜨나 해가 지나. 하루에 11시간. 때로는 더 오랜 작업. 구부린 상태에서. 희미한 네온 등. 땀과 기계 윤활유의 악취. 계속해서 기침을 일으키는 짙은 먼지. 숨이 막힐 것 같은 공기. 창문도 없고. 낮은 천장. 공장주인은 더 많은 여자 재봉사를 고용하려고 천장 덮개를 중간에 또 하나 만들었다. 지금은 거의 숨을 쉴 공기가 없을 정도로 작업공간이 낮아졌다”는 등의 열악한 환경을 표현하고 있다.
32장은 한국의 아동 노동에 관한 글과 함께 과테말라, 페루, 콜롬비아, 인도, 엘살바도르 등의 아동 노동을 고발하는 사진을 싣고 있다.
조 양의 얘기를 듣고 내용을 확인한 아버지 조보현(34) 소령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낸 아우어 출판사에 항의해 사과와 함께 개정 시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조 소령은 출판사에 보낸 항의 메일에서 “아마 한국의 1970년대를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오늘날 한국에서는 아동 노동이 금지돼 있어 13세 소녀가 그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주인공은 의무교육 제도에 따라 중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잘못된 내용이 교과서로 사용될 경우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면서 “내 지적이 타당하다면 내용을 바로잡아달라”고 촉구했다
주독 대사관도 문제의 내용을 확인한 뒤 문제가 된 내용의 삭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출판사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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