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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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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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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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을거리’와 `먹거리’ 어느 것이 맞는 말이냐고 물으면  저마다 대답이 다르다. 사전도 두 갈래인 것 같다. 규정상으로는 `먹을거리’를 표준형으로 인정하나 실제로는 `먹거리’가 많이 쓰인다는 설명도 있다.그런가 하면 둘다 맞는 말이라면서 합성어의 특성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비슷한 경우로  `배추 꼬리’와  `배추 꼬랑이’는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선 `배추 꼬리’가 맥없이 물러나고 만다.
 배추는 꼬랑이까지도 귀한 대접을 받는 생활필수품이다. 더구나 김치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우리에겐 배추없는 세상 살이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배추 밭에 개똥처럼 내던진다’는 속담을 보면 기이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본 춘향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뭇사령들이 달려들어 등밀거니 배밀거니 팔도 잡고 다리도 잡아 소리맙소 이분네야 요란하여 이분네야 오둠지 진상단지 걸음으로 배추 밭에 개똥처럼 문밖으로  내떠리니 어사 가로 떨어져 분기탱천 돌출하여 두루 돌아다니면서.”
 `배추 밭에 개똥’ 소리에 분통이 터졌는지 배추 값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배추 값이 1년 사이에 89.9%나 치솟았다.지난 1월과 비교해도 49%나 올랐다. 배추 뿐만이 아니다. 지난 1년새 사과는 45%, 파는 40% 상승했다. 그렇다고  다른 것은 얌전한가?  멸치, 쇠고기가 두 자릿수로 올랐다. 휘발유,등유,LPG값도 마찬가지다.
 이들 밥상의 반란군은 우리 입맛을 꽉 붙들어놓은 품목이다. 무엇보다도 반군의 우두머리가 돼버린 꼴인 배추는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물가앙등의 주범처럼 돼버렸지만 오는 가을엔 또 누구네 집 배추밭이 갈아엎어질지 모르는 판국 아닌가. 어린이들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시~소~,시~소~’하고 노래를 부른다. 밥상의 배추 김치도 이와 똑같은 자탄을 곱씹고 있을 것이다.  누구 탓인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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