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당은 이 노래를 아마도 여한미진(餘寒未盡)의 끝자락, 요즘 같은 경칩 무렵에 썼을 게다. 비가 오고 더러는 때 늦은 눈발도 흩날리더니, 먼 산 응달에 남은 눈이 보기에 다사롭다. 먼발치서 바라보는 산기슭의 솔잎 빛깔은 그리 보아서 그런 건지 연초록 밝은 생기가 어느새 완연하다. 겨울잠을 실컷 잔 동물만 땅속을 박차려고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다.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는 저 생명의 움 트는 소리, 우리가 듣지 못한다고 어디 없겠는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 그예 물러갔다. 세시기에 `어떤 해에는 남쪽지방에도 가끔씩 눈이 내리기도 한다.’고 했던 그 경칩절기가 올해를 내다보고 한 소리인 것만 같다. 다하지 못한 추위 끝자락에 한 해의 첫 천둥번개가 치기도 하는 절기, 새봄의 전령사인 그 경칩이 지난 6일 이었다. 찬 기운 머금은 빗방울이 가지런히 듣고 있지만 어쨌든 봄은 오고 있다.
한 해의 첫 천둥소리를 듣고 개구리가 놀라 튀어나온다고 했던가.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처럼 숱한 이름들이 제 자랑 엮은 책 한 권씩 들고 여기저기 톡톡 튀어나온다. 출판기념회를 벌여 6·2지방선거에 제 이름을 신립(申立)하고 나서는 거다. 감나무 잎에 뛰어오르는 청개구리처럼 선거를 앞두고 앞으로도 수많은 입지자들 `저요, 저요’ 손을 들며 튀어나올 거다. 올봄은 그 구경재미 또한 쏠쏠하리라.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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