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2월 24일 이 양이 실종되자마자 비공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양의 신변안전을 위해서다. 그러나 실종 3일 만인 2월 27일 공개수사로 전환해 연인원 1만9521명과 헬기, 수색견 등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수색작업을 벌였다. 부산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인원이 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이 양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소는 경찰이 사건 초기부터 철저히 수색했다던 그곳이다. 경찰은 근거도 없이 이양이 살아 있을 것으로 보고, 주변 물탱크와 정화조는 빼놓고 빈집과 폐가만 집중적으로 뒤졌다. 그 사이 범인은 이웃집 옥상에서 이양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를 물탱크에 넣고, 건축자재로 위장했다. 경찰을 비웃은 것이다.
경찰은 또 지난 3일 이양 집에서 20여m 떨어진 빈집을 수색하다 범인 김 씨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아예 `눈먼 장님’이나 다름없다. 이양 집과 시신이 발견된 곳, 김씨를 눈앞에서 놓친 곳이 모두 반경 50m 이내다. 2만 명의 인원이 장님 코끼리다리 만지는 식으로 수사를 해온 것이다. 이게 부산경찰 수준이다.
다행히 범인은 잡았지만, 그 과정도 명쾌하지 않다. 시민과 경찰이 범인 검거의 공로를 놓고 다투는 꼴이다. 범인이 검거된 곳에 거주하는 시민 김용태 씨(50)는 자신의 집 대문을 수리하던 중 “저놈 잡아라”는 소리를 듣고 대문 앞에서 범인을 발견하고 다리를 내밀어 넘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어 뒤쫓던 형사 2~3명과 합류해 범인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 씨를 불러 “경찰이 범인 김길태를 검거한 것처럼 진술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가 범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것을 본 이웃 주민들도 있고 그 장면을 옆에 있던 딸 친구가 휴대폰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고 한다. 무능한 경찰이 범인 검거를 둘러싼 공 다툼까지 벌이는 추잡한 꼴이다.
범인을 잡았다며 기자회견을 한 부산경찰 간부의 모습도 꼴불견이었다. 이 양은 이미 하늘나라에서 무능한 경찰과 우리들을 애타게 바라보는데 경찰이 `철저한 수사와 수색’으로 범인을 검거했다는 식이다. 이런 경찰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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