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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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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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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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6·25 참전 학도병  이우근은  1950년 8월 11일 전사했다. 남침 전쟁이 터진지 한달 보름만이다. 그때 그는 중학 3학년생이었다. “꼭 살아서 당신 곁으로 돌아갈 겁니다.”   6·25 참전 미군 레온(Leon)은 약혼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나  이틀뒤 북한군의  기관총 십자포화에 갇혀  전사했다. 그때 나이 19살이었다.
 포항시 용흥동 탑산 비석에 마지막 편지를 남긴 이우근도,  “좋은 친구가 돼주고, 다정한 남편이 돼주겠다”던 레온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들의 편지 끝 대목에서 최후를 암시하는 글귀를 읽을 수 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어머니 안녕! 안녕!” “이쯤에서 안녕을 해야 겠어요. 곧 전투가 시작될 테니까요. 안녕!안녕!” 한국과 미국 두 10대들의 “안녕”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인사였으나 끝내 영원한 작별 인사가 되고 말았다.
 지난 25일자  경북도민일보는 결혼 2년만에 전사한 남편을 그리며 60년을 홀로 살아온 김차희 할머니(83)의 편지를 소개했다. “내게 남겨진 것은  (남편의) 젊은 시절 증명사진 하나 뿐인데 그 사진을 품고 가면 팔순이 훌쩍 넘은 내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런지요?”  20살  신랑은 대학생(동아대) 학도병으로 참전 두 달만에 전사했다. 그러나 아직도 유해는  찾지못한 채다.
 포항특정경비사령부는 지난 3월3일~ 5월4일 참전 유해 74구를  찾아내 60년만에 가족 품에 안겨줬다.  포항·영덕 일대에서 거둔 유해들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 총수는 3367구로  파악돼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이 나라를 지키고  있을  영령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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