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작 수박에 대한 평가는 매우 생뚱맞은 것 같다. `수박 겉 핥기’란 말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희승 님의 수필 가운데 한 대목이다. “ 문장에도 그와 비슷한 삼난이 있다고 생각한다. 짓기가 어렵고 읽기가 더욱 어렵고 고르기는 그보다 더욱 어려운 것이다. 수박 겉 핥기로 개머루 먹듯 읽으려면 무엇이 어려우랴. 그러나 껍질을 벗기고 그 속을 씹어보도록 읽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북녘에는 `수박씨장사’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문제를 대담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조그만 것에 구애되어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속마음이 검은 사람”이란 풀이도 따른다. 말하자면 `좁쌀영감’이라는 소린데 수박씨가 이 소리를 알아 듣는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 수박씨보다 작고,검은 씨앗이 얼마나 많은데….
요즘 늦더위 속에 수박값이 호되게 비싸다고 한다. 1통에 2만9천 원이라니 그 몸값이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수박은 한가지 사례일 뿐이다. 추석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요즘 채소,과일값이 하늘로만 치솟는다고 아우성이다. 1만원짜리를 들고 나서도 막상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해 난감해 하는 알뜰 살림꾼들이 떠오를 정도다. 한끼 밥상에 올릴 먹을거리가 없어서다. 태풍 `말로’가 또 한반도에 상륙할 모양이다. 태풍 곤파스는 대구·경북지역엔 피해를 입히지 않고 물러갔다. 그런데도 신선 채솟값을 잔뜩 올려놨다는데 이번엔 또 어떨지 걱정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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