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은 예측을 불허한다는 게 특성 가운데 하나다. 동서남북 멋대로 퍼져나가고 있어 마치 럭비공 튀는 것과 다름없달 지경이다. 구제역 발생 지역과 거리가 멀다고 마음놓을 처지도 아니다. 이제까지 한달 가까이 겪어온 그대로다. 게다가 영천 구제역은 종돈장(種豚場)에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분양, 입식한 돼지가 전국에 깔려 있다. 구제역이 뇌관을 친 꼴이다. 영천은 도내 최대 양돈단지다. 19만마리가 넘는다. 이웃한 경주는 최대 한우단지가 있다. 6만5000마리가 넘는다. 도내 전체의 10.6%을 차지한다. 요충지 한곳을 뺏긴 꼴이어서 참으로 헛김 빠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사태는 전국에 구제역이 확산될 것인지에 가슴 조려야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경북만 하더라도 영천 종돈장 돼지가 포항과 성주에 분양됐음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현재 구제역은 4개 시·도 22개 시·군 58곳에 퍼지고 있다. 어제는 경기도 여주에서도 돼지 구제역이 발생했다. 여주는 강원도와 가까운 청정 지역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는 새끼돼지조차 구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구제역의 창궐은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실정이다. 음식점, 정육점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가 걱정거리가 될 지경이다. 심지어는 겨울철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 군밤, 어묵장사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안보와 정치가 불안한데다가 구제역에 한파까지 휘몰아치니 마음마저 추워지는 탓일 게다. 구제역과 한판 싸움을 시작한 정부의 역량 발휘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을 소에만 국한하고 있다. 돼지는 접종대상도 아니다. 소에 중점을 두는 동안에 전파력이 훨씬 더 빠른 돼지구제역이 판도를 넓혀가는 측면도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태가 이렇고 보면 돼지 구제역 예방백신접종도 검토돼야 될 때는 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예방백신이 즉효처방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마지막 방편이라니 하는 소리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