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지에 그려낸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 새 영화 & 추천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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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지에 그려낸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 새 영화 & 추천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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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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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달빛길어올리기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이자 첫 디지털 영화
 그림 같은 영상미 돋보여  
달밤  한지 제작 장면 여운

다큐멘터리 극영화…한지 소개 부분 영화 한 축
코미디·멜로 엮어 118분 지루함 없이 전개
박중훈·예지원·강수연 등 배우들 연기 빛 발해 

  
 
 골목길로 이운 달빛이 스며든다. 달빛을 타고 흐르는 필용(박중훈)의 어깨가 비스듬히 처져 있다. 뚜벅뚜벅, 필용은 뇌경색으로 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내 효경(예지원)이 기다리는 집을 향해 걸어간다. 세숫대야에 뜬 보름달만이 그의 비루한 삶을 밝게 비춘다.
 임권택 감독<사진 왼쪽>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사진>’에는 생활인의 곤궁함이 묻어난다. 승진 한 번 해보고자 맹렬히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필용이나, 지원금을 한 푼이라도 더 타려는 한지 제작업자들의 얼굴에는 추레함이 뒤섞인 어떤 결연함마저 엿보인다.
 공무원 필용은 자신의 바람 때문에 충격을 받아 쓰러진 아내를 돌보며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고교 때 자신보다 공부도 못했지만, 지금은 시청 과장인 동창 밑에서 굽실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안팎으로 눈치를 보며 살아가던 필용은 5급 사무관이라도 되고자 이를 악문다. 때마침 기회가 찾아온다. 시청에서 한지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자 그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한지과로 전과한다.
 필용은 일에 매진한다. 밤늦게까지 일한 탓에 코피까지 쏟는다. 늦은 귀가를 의심한 아내 효경은 또다시 바람피우느냐며 잔소리를 한다. 한지 찍는 과정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은 한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캐려 한다.
 좀 더 긍정적으로 사물을 대할 수 없느냐며 지원과 사사건건 부딪히던 필용. 하지만, 미운정도 오래 들면 뿌리치기 어려운 게 인간사.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던 이들은 다큐멘터리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술을 함께 마신 후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75살, 임권택 감독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수십 편을 함께 작업한 정일성 촬영감독 없이 도전한 영화이자 그의 첫 디지털 영화다.
 영화의 화두는 한지. 한지 소개에 공감한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순제작비의 60%를 지원했다. 이 때문인지 한지를 다루는 `역사스페셜’ 같은 다큐멘터리가 등장하고 다양한 한지 공예품들, 화선지와 한지의 차이 등 한지를 소개하는 부분이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는 극 영화만 100편을 만든 숙련공이다. “옛 한지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 그 안으로 빠져 들어가는, 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말처럼 임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루한 일상을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엮어가며 118분간 지루할 틈 없이 엮어간다.
 배우들의 호연도 큰 몫을 차지한다. 박중훈의 가벼운 연기는 극 초반, 영화의 묵직한 흐름과 다소 엇박자를 내는 듯 보이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극과 찰싹 달라붙는다. 하는 듯 마는 듯한 그의 코미디는 곱씹으면 더욱 웃긴다. 특히 술 주정 후 벌을 서는 장면이라든가 아내에게 혼나는 장면은 매우 웃긴다.
 냉철하면서도 때로는 열망이 뒤섞인 강렬한 눈빛을 선보이는 강수연의 연기도 눈길을 사로잡으며, 말을 더듬고 다리를 절면서도 남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예지원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박중훈-강수연의 연기 호흡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까운 듯 먼 필용과 지원의 로맨스는 극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림 같은 화면은 역시 압권이다. 필용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장면이라든가 달밤에 계곡에서 한지를 제작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법하다.
 한국영화 최초로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등 3대 투자배급사가 각각 투자, 배급, 마케팅을 담당하며 지원사격에 나선다. 총제작비는 25억원이다.
 3월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부용기자 lby@hidomin.com
 
 
 
 
  추천 DVD  임권택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 / 취화선  
 
천재 화가 장승업의 파란만장한 예술인생 담다
 
 임권택 감독의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영화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이 술잔을 연신 입으로 가져가며 여러 사람 앞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녹차를 달여 잔에 따르는 화면과 함께 타이틀 자막이 흐르고 회상 장면으로 이어진다.
 청계천 거지소굴 근처에서 죽도록 맞고 있던 소년 오원(최민식)은 개화파 선비 김병문(안성기)의 손에 거둬진 뒤 그의 소개로 역관(譯官) 이응헌의 집에 의탁한다. 그곳에서 중국 그림들을 한번 보면 그대로 모사하는 솜씨를 발휘하자 금세 이름이 알려져 화가 혜산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할 기회를 얻는다.
 세도꽤나 부리는 사대부치고 오원의 그림 한점 소장하지 않은 집 없을 정도가 되자 그는 궁궐로 불려가 어명에 따라 그림을 그리게 되나 타고난 기인 기질을 이기지 못한 채 붓을 내팽개치고 뛰쳐나온다.
 화조(花鳥)나 산수(山水)나 인물(人物) 할 것 없이 두루 빼어난 재주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남과 다른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는 숱한 그림을 그렸다가 불에 태우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뒤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
 구도 행각을 연상케 하는 오원의 그림 인생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이응헌의 집에서 소운(손예진)을 만나 첫사랑을 느끼고 기생 출신의 진홍(김여진)과 동거하는가 하면 천주교 박해로 몰락한 양반 출신 기생매향(유호정)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취화선’의 가장 큰 매력은 빼어난 영상미에 있다.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는 되새떼, 황금 물결 넘실거리는 억새밭, 끝없이 펼쳐진 들판, 눈발 날리는 개펄 등과타임머신을 탄 듯 완벽하게 재현된 19세기 서울 거리 오픈세트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날렵한 붓놀림에 따라 하얀 화선지에 하나둘씩 선과 점이 채워지면서 우아한 한국화가 완성되는 장면을 솜씨있게 카메라로 포착한 것도 미술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오원이 내뱉는 대사도 최민식 특유의 천진한 표정과 어우러져 웃음과 함께 긴여운을 남긴다. 그는 그림 감정을 부탁하는 관리에게 `가짜’라고 말하며 친구에게 “지 아비 환갑이라고 해서 그려준 그림을 관청에 뇌물로 바쳤으니 가짜가 된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림을 부탁해오는 사대부들을 가리켜 “지놈들 보고 싶은 것만 내그림에서 볼 뿐”이라고 독설을 퍼붓는다.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은 `서편제’에서 `등록상표’가 돼버린 특유의 롱테이크 기법을 자제하고 장면을 비교적 잘게 나눴다.
 젊은 관객의 기호에 맞게 경쾌함이 느껴지지만 유장한 맛이 없어지고 툭툭 화면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도 준다. /이부용기자 lby@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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