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십자가 처형’ 본뜬 죽음이라니
  • 경북도민일보
부활절에 `십자가 처형’ 본뜬 죽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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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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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내의 한 폐채석장에서 참으로 기괴한 주검이 발견됐다.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된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두 발을 포개어 못박고 두 팔을 전기드릴로 보이는 공구를 사용해 구멍을 뚫어 머리 박아놓은 못에 끼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머리에 쓴 가시관, 옆구리의 상처까지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 그대로다. 굳이 다른 것을 꼽는다면 죽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는지 거울까지 준비했다는 점이다. 십자가 설계도면도 남아있다. 지난 1일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의 폐채석장에서 발견된 58세된 남자의 최후 모습이었다.
 경찰은 숨진 사람의 신원이 김 모 씨인 것으로 파악했다. 때문에 경찰은 김 모 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살방조인지 지금으로선 아리송하기만 한 죽음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기괴하기가 엽기(獵奇) 그 자체다. 세상엔 온갖 형태의 죽음이 즐비하지만 2011년을 맞은 예수의 최후를 본뜬 죽음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어서다. 그 고통이 어떤 것인데 `십자가 처형’을 모방한 것인지 황당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일지언정 고통없이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사람의 심리다. 살인 범죄라고 할지라도 숨지기까지 그 오랜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는 잔인성의 소유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자살을 옆에서 거들어 준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을 돌아봐도 의문투성이다. 숨진 김 모 씨의 시신은 부활주일(4월 24일)이 지난지 1주일 뒤에 발견됐다. 부활절 무렵에 저질러진 일로 볼 수 있겠다. 시기에 맞춰보면 아마도 지극히 비뚤어진 신앙관의 소유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존귀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다. 자기의 목숨이라고 멋대로 끊어버려도 되는 게 아니다. 하물며 남의 목숨이라고해서 마구잡이로 다뤄도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거나, 떠나거나 사람의 목숨이 존귀한 것이란 사실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특정종교가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절기에 십자가에 못박혀 죽다니 그 연유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섣부른 추론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줄로 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모든 역량을 다 기울일 것으로 믿는다. 과학수사의 진수(眞髓)를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시종을 명백하게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경북경찰의 수사 역량을 빛낼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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