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의혹, 미군 발표 오락가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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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의혹, 미군 발표 오락가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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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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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에서 조셉 버츠마이어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이 고엽제 매몰 관련 미군 측 조사결과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외신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美, 다이옥신 농도 급히 수정…2004년·2010년 보고서 `착각’
 작년 이미 해놓고도 토양 시추조사 사실상 거부 `의혹 증폭’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내 고엽제 매몰 의혹과 관련, 미군 측 발표가 수시로 바뀌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캠프 캐럴에서 검출된 다이옥신 농도에 대해 최근 작성중인 보고서 내용과 2004년 보고서 내용을 헷갈려 발표해 주민 신뢰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다이옥신 농도 수치 수정
 미8군은 지난달 18일 전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미국 TV 인터뷰에서 `캠프 캐럴’에 고엽제(Agent Orange) 표시를 부착한 드럼통 250개를 매립했다고 증언하자 같은 달 23일 즉각 기자회견에 나섰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데이비드 폭스 미8군기지관리사령관(준장)은 “2004년 기지 내 관측용 관정 13곳에 대해 토양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12곳에서는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고 1군데에서만 1.7ppb(parts per billion, 10억분의 1)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2004년 조사에서는 한국 기업인 삼성물산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6일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따르면 토양에서 1ppb 정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되면 주거지로서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즉 `캠프 캐럴’ 내 다이옥신 농도가 주거지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을 미군 스스로 실토했다.
 이후 존 D. 존슨 주한 미8군 사령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검출된 다이옥신 농도가 1.7ppb가 아닌 1.7ppt(parts per trillion, 1조분의 1)라고 수정 발표했다.
 1.7ppt라면 인체에 큰 해가 없을 정도의 수치이지만 이 과정에서 미군이 오염 농도를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4년 보고서와 2010년 보고서 `착각’
 더 큰 의혹은 지난 23일 미군 측이 1992년 미 공병대 조사보고서와 2004년 삼성물산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미군 측은 2004년(삼성물산) 조사 당시 13곳의 시추정 가운데 1곳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밝혔지만 삼성물산 보고서에는 `캠프 캐럴’ 내 D구역과 41구역 모두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41구역의 오염 농도는 2.04ppt로 미군 측이 이전에 밝힌 1.7ppt에 비해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발표 내용과 공개된 보고서 내 수치가 다른 것은 미군이 2004년 보고서와 2010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작성 중인 보고서를 착각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군이 2010년에 용역을 맡겨 최신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는데 이 보고서의 수치와 2004년 보고서 수치를 착각해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0년 최신 보고서는 오는 8월 중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정부와의 공유나 공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2010년 최신 보고서와 관련한 미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현재 `캠프 캐럴’내 다이옥신 농도는 2004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토양시추 조사 미적미적
 2004년 삼성물산 보고서와 2010년 최신 보고서 내용을 착각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공동조사 방식과 관련해서도 미군의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지난 2일부터 `캠프 캐럴’기지 내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미군 측은 유독 토양조사를 미루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탐사(ER)에다 땅속 금속성 탐지에 효과적인 마그네틱 조사방법 등을 동원하고 있으나 의심 지역 땅속을 시추하거나 땅속을 직접 파는 방안은 아직 실시하지 않고 있다.
 GPR는 땅속에 레이더를 쏜 뒤 흙의 밀도에 따라 달리 나오는 반응을 통해, ER은전기를 흘려보낸 뒤 저항 정도를 파악해 각각 땅속 흙의 변모 여부를 파악하는 탐사방법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접 땅을 파자는 입장이지만 미군은 GPR과 ER 방식을 통해 의심되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 토양시추조사(coring)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토양시추조사는 2인치 정도의 가는 관을 박아서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인데 여기서 다시 오염 결과가 나온다면 땅을 파는 시굴조사(exploratory trenching)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 측이 이미 2010년 조사 당시 13곳에서 토양시추조사를 실시한 만큼 우리 정부의 요구를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군은 미군기지나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수 있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의심지역을 파헤치는 토양조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불신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측 관계자는 “GPR과 ER 조사만 한다면 우리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토양시추나 시굴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경호기자 skh@hidomin.com
 /박명규기자 pmk@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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