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는 `리얼한 사랑’
틀에 박힌 멜로 탈피 현실적 시퀀스로 공감대 형성
김지수·한석규 주연…변승욱 감독 연출력 돋보여
멜로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 설렘, 감정 확인, 이별 또는 해피엔딩으로 이루지는 통상적인 구조 속에는 현실이 크게 자리하지 않는다.
사랑의 깊이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부모의 반대나 불치병, 사고사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멜로 영화는 사랑의 판타지에 천착하는 면이 없지 않다.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감독 변승욱, 제작 오브젝트필름)은 정통 멜로 영화지만 현실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멜로영화와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친절한 동네 약사 인구(한석규)는 형만 빼면 직업도 좋고 성격도 좋은 `괜찮은’남자다.
그러나 정신지체장애를 지닌 형 인섭(이한위)은 그의 결혼에 언제나 걸림돌이다.
그런 인구의 동네에 동대문에서 소위 `명품’ 옷을 카피해서 판매하는 `짝퉁’ 디자이너 혜란(김지수)이 이사 온다.
혜란은 얼굴도 예쁘고 스타일도 좋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5억 원의 빚을 갚으려고 억척스럽게 살다 보니 연애는 고사하고 성격마저 비뚤어져 있다.
어느 날 혜란이 수면제를 사기 위해 약국에 들른다. 옛 여자친구 결혼 소식에 마음이 착잡한 인구는 혜란에게 수면제 대신 맥주를 건넨다. 두 사람은 맥주를 나눠마시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 호감은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해 그들은 두 번 다시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연애라는 걸 시작하게 된다.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면서 함께 웃는 일이 많아진 두 사람. 그러나 사랑의 마음이 커질수록 현실의 짐도 커져만 간다.
그러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형을 혼자 떠맡게 된 인구와, 임신한 여동생이 아버지의 빚 때문에 애를 지우고 결혼을 포기하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혜란은 어렵게 시작한 사랑을 포기하려 한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변승욱 감독이 5년간 시나리오를 고쳐가며 준비한 작품. 이창동 감독의 조감독으로 `박하사탕’에 참여했던 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변 감독에게는 첫 상영영화지만 그 만듦새는 꼼꼼하고 치밀하다. 전개방식에도 큰 무리가 없다. 현실을 담아낸 시퀀스가 들이미는 영화 속 현실은 공감대의 폭을 넓힌다. 장애인 형을 둔 남자와 수억 원의 빚을 물려받은 여자의 사랑이 현실에서 흔하지는 않겠지만 관객이 공감하고 인물 속에 빠져드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영화 내용이 30대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장년층 관객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영화. 두 사람의 사랑 이외에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는 점에서도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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