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방폐물은 월성원전 1천 드럼 가운데 464통이다. 지난해 12월 임시저장시설에 반입됐다. 그 가운데 일부가 인수기준에 맞지 않음이 밝혀진 때는 지난달이다. 반입된 이래 일곱 달이 넘도록 정체를 감춘채 온존해온 꼴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 눈감아 준 결과다. 한수원과 방폐공단은 이 방폐물의 인수 부적합성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는커녕 `쉬쉬’하면서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인수기준 개정을 요청했다가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결국 불법을 조장하고 합법화하려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은폐시도 과정에서 지식경제부 또한 비난과 책임추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경부는 반입된 방폐물의 부적합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아 줬다는 게 국회측의 주장이다. 방폐법에 규정된 권한도 물렁하게 행사했다. 산하기관에 시정을 `명령’하지 않고 `권고’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 했다는 소리다. 산하기관은 은폐를 시도했고, 상급기관은 `축소’와 제식구 감싸기로 덮으려 했다는 의시(疑視)를 벗어나기 어려운 대목이다. 중·저준위 방폐물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고준위 핵페기물도 말썽거리가 되어버렸다.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하고 그 기간도 연장하려는 게 정부방침이다. 늘어나는 사용후 핵연료를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이다. 경주시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고준위 핵폐기장을 정식으로 건설하려는 주장이다.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은 참으로 어려운 사업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입지를 선정하는데만도 걸린 세월이 20년 가깝다. 입지를 선정하고도 방폐장 건설이 순탄했던 것도 아니다. 하물며 고준위핵폐기장은 얼마나 힘겨울 것인가. 정부가 `확충’과 `연기’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실정을 감안한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다해도 그것은 임시방편이다. 정식 시설 건설을 촉구하는 경주시의회의 주장을 일단은 경청해야 한다. 정면돌파하면서 파생하는 난관은 정석대로 대처해야 한다. 시도조차 안해보고 편한 길을 가려하니 반발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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