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파뉴지방의 `거품포도주’가 인기를 끄는 덴 이유가 있다. 독특한 신맛 탓이다. 이 지방은 연간 평균기온이 매우 낮아 포도재배에 부적합한 기후조건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포도의 맛이 딴 곳에 비해 떨어지고, 이것을 발효시켜 빚은 포도주는 기분 좋은 신맛과 향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다른 지방 포도주에 샴페인이란 이름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주도록 요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졌다. 일테면 지역특산품 지리적표시제의 효시인 셈이다.
지리적표시제는 상품의 품질과 특성이 본질적으로 그 상품의 원산지로 인해 생겼을 경우, 그 원산지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1월 도입됐는데 그 1호는 보성녹차다. 경북의 상주곶감, 순창전통고추장, 횡성한우, 벌교꼬막, 해남고구마 등도 지리적표시 등록상품들이다. 모르긴 해도 울릉도오징어 영광굴비 같은 수산물가공품들도 등록이 돼 있을 성 싶다. 그럴만한 것들이다.
지역이름 들어갔다고 해서 지리적표시 등록이 다 되는 게 아니겠지만, 설령 된다고 해도 등록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으리라. `대구막창’ `춘천닭갈비’ `마산아구찜’ `전주비빔밥’ `기장멸치회’ `병천순대’ 같은 이름의 음식을 그 지역들이 나서서 지리적표시 등록을 한다면 무슨 실익이 있을까. 전통적으로 특정지역에서 발달한 음식이란 것 말고 상표권을 주장할만한 특징이 있을 수 있는가. 오히려 그런 이름들을 붙인 음식가게가 다른 지역에서도 번창한다면 `내고장’홍보차원에서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최근 포항시가 `포항물회’의 지리적표시단체표장 등록과 해외상표출원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함부로 `포항물회’ 간판 내걸고 장사 못하는 건 물론 해외에서도 허락 없이 만들어 팔면 안 된다는 걸까. 한치 가자미 같은 생선을 잘게 썰어 초고추장과 야채에 버무린 뒤 약간의 냉수를 찔끔 곁들여 먹는 이 포항물회가 국민이 널리 애호하는 식품으로 자리는 잡았는지도 궁금하다. 보도를 접하면서 이런저런 하찮은 의문들이 이어지기에 끼적여본 지리적표시제 이야기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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