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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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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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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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늘 아침이 올 가을들어 가장 추울것이라던 예보가 호들갑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청송,봉화 같은 경북 북부산간지방은 영하를 기록했다. 수은주가 빙점 아래로 떨어졌으니 겨울이 아닌가.
 똑똑한 척 사리를 따지면 그렇기는 한데 정작 주변을 돌아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직 10월 중순인데다 시가지 나뭇잎들은 여전히 푸른 색깔과 결별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러나 계절의 화두는 풍엽노화(楓葉蘆花)다. 단풍잎과 갈대꽃만큼 계절의 풍경을 압축할 말을 달리 찾기도 어려울성 싶기도 하다. 이런 판에 갈대와 억새도 가릴 줄 모르느냐고 나선다면 분위기 모른다고 군밤 맞기 딱이다.
 윤동주(尹東柱)의 `소년’에서 한 줄 옮겨온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그의 말마따나 눈썹을 파랗게 물들일 듯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겨우살이 걱정에 낯빛이 어두울  사람들도 생각난다. 추위를 피할 요량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횡액을 당했다는 어느 노숙자 소식이 현실의 거울노릇을 하고 있다. 지하도 바닥에 골판지 상자로 바람막이 벽을 쌓는 것만으로는  가을추위가 뼛골로 스며들었던가 보다.
 속담집을 뒤적거리다가  눈에 띄는 한 구절을 찾아냈다. `가을무우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고 써있다. 가을한파 소리가 나오더니 올 겨울 또한 예년보다 춥겠다는 예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서 김장무 껍질을 벗겨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 속엔 아직 가을이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뒷산 단풍도 아직 제대로 못봐서일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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