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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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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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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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가족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착한 영화를 소개한다. 이번주 개봉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원 환자들이 펼치는 핑크빛 로맨스. 웃음 속에 담아낸 역설의 미학 돋보인다. 추천비디오 `아이엠 샘’은 7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 장애인 샘과 딸 루시를 통해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신나간 청춘의 로맨스만 있는건 아니에요”
`정신병원 커플’ 독특한 장르 속에 `인간성 회복’ 주제 담아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정지훈·임수정 주연

 
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제작 모호필름)는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장르의 가벼운 외피 속에 강한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박 감독은 영화에 스타 정지훈(비)과 임수정이라는 당의정을 입혀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오롯이 뱉어낸다.
 영화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군(임수정)과 일순(정지훈)의 핑크빛 로맨스가 축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성 회복이라는 명제가 숨어 있다.
 엉뚱한 상상과 공상이 가득한 신세계 정신병원. 이곳에 형광등을 꾸짖고 자판기를 걱정하며 자기가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 영군이 들어온다. 남의 특징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순은 새로 온 환자 영군에게 관심을 갖는다.
 영군은 사이보그이기 때문에 밥을 먹으면 안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점점 야위어 가는 영군에게 일순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해 `영군에게 밥 먹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일순은 같은 정신병원 환자 왕곱단(박준면)이 개발한 `수면 비행법’을 훔쳐 영군과 영군의 할머니를 만나게 해주고, 영군의 동정심을 훔쳐 그녀의 정신세계를 자유롭게 해준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역설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이보그라고 믿는 영군은 사이보그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화 속 칠거지악은 △동정심 갖기 △설레는 마음 갖기 △쓸데없는 공상하기 △죄책감 갖기 △망설이기 △슬픔에 잠기기 △감사하는 마음 갖기 등이다.
 이는 인간이면 누구가 가져야 할 마음이지만 영화는 이를 칠거지악으로 표현, 인간적인 사람은 살아남지 못하는 현대사회를 풍자한다.
 영군은 `하얀맨’으로 통칭하는 의사ㆍ간호사 등을 응징하는데 감독은 이를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을 사회 낙오자로 만드는 현실사회의 기득권층을 비판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박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카드를 들이민다. 영화 속 영군과 일순의 대사로 반복되는 영군 할머니의 말인 “죽긴 왜 죽어, 젊은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야지” 등의 대사는 “그래도 이런 현실 속에서 발을 붙이고 살자”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할머니가 영군에게 얘기해주고 싶어하는 `삶의 목적’은 영화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정신병원에 오게 된 영군과 일순이 전동(電動) 칫솔을 함께 사용하는 장면은 가족에게 배신당했지만 그래도 가족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하는 듯하다.
 영화 속 전동 칫솔은 가족 해체의 상징이자 가족 복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순은 대사 속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가족이 함께 쓰던 전동 칫솔를 갖고 갔다”는 말은 가족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이런 메시지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정지훈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별로 없고, 임수정은 자신의 이름 값을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
 

 
 
■ 영화 `아이엠 샘’
 
“난 내년에 8살인데 아빠는 평생 7살”
정신지체 장애인 아버지의 눈물겨운 `딸 지키기’

 
7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 장애인 샘(숀 펜)은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나르다가 아내가 아이를 낳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앞치마를 걸친 채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다.
 갓 태어난 딸 루시(다코타 패닝)를 안고 병원 문을 나서 버스에 타려는 순간 아내 레베카는 거리의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때부터 샘의 눈물겨운 육아전쟁이 시작된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도 서툴고 때맞춰 우유를 먹일 줄도 모르지만 샘과 어금지금한 지능의 친구들과 외출 공포증을 지닌 이웃집 여인 애니(다이앤 위스트)의 도움으로 루시는 밝고 예쁘게 자란다.
 그런데 7살이 되어 학교에 들어간 루시는 아빠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을 두려워해 수업을 게을리하고 사회복지기관의 직원들은 샘이 양육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입양을 주선한다.
 이제부터는 딸을 찾기 위한 법정투쟁이 펼쳐진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샘에게 엘리트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셸 파이퍼)은 쌀쌀맞게 의뢰를 거절한다.
 그러나 리타는 끈질기게 찾아오는 샘을 가리켜 동료들에게 무료 변론 의뢰인이라고 둘러댔다가 엉겁결에 변호를 맡게 된다.
 감독 제시 넬슨과 베테랑 촬영감독 엘리엇 데이비스는 마치 일기를 훔쳐보는 것처럼 담담하게 샘의 일상을 더듬어가다가도 병원이나 슈퍼마켓에서 어리둥절해 하는 대목에서는 빠르게 카메라를 돌려 불안한 심리상태를 표현하는가 하면 법정의 긴박한 장면에서는 줌 렌즈를 당겼다 밀며 등장인물의 감정을 잘 살려내고 있다.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을 많이 연기했던 숀 펜은 그를 모르는 관객들이라면 진짜 장애인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어눌한 말투에 어리벙벙한 웃음, 그리고 순수한 눈빛까지.
 깜찍한 외모의 다코타 패닝과 언제 보아도 자신감 넘치는 미셸 파이퍼 등도 호연을 펼쳐 숀 펜을 도왔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비틀스의 히트 넘버들은 귀를 즐겁게 하는 보너스.
  샘의 딸 루시의 이름은 비틀스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 /남현정기자 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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