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쇄신파들을 보면 전혀 새롭지가 않다. 중앙당 쇄신을 말하기 앞서 가장 쇄신이 필요한 세력이 쇄신파로 보인다. 한나라당 쇄신파들을 `자칭’ 쇄신파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당을 없애고, 당 대표를 폐지하는 중대한 문제는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에 조용히 건의하면 그만이다. 그걸 꼭 일요일에 기자들을 불러들여 사방에 떠벌일 이유는 없다.
한나라당의 이른바 쇄신파로 이름을 팔아온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실이 드러나자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탈당’은 결코 `쇄신’이 아니다. 진정 쇄신을 바란다면 당에 남아 디도스 공격의 책임자를 밝혀내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 두 의원은 탈당을 선택했다. 그건 `쇄신’이 아니라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이게 자칭 쇄신파들의 일면이다.
정두언·남경필 의원이 쇄신파를 자처하는 데에도 거부감이 든다. 남 의원은 벌써 4선의 중진이다. 최고위원까지 지냈고, 각종 선거때면 중책을 맡아 선거를 지휘한 장본인이다. 남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 의원 본인이 `쇄신대상’에 해당될지 모른다. 4선의원에 최고위원을 지낸 중진이 언제까지 `쇄신마케팅’으로 버틸 생각인가?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직접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정권초기까지 이명박 정부 정책과 인적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다 정권 실세들로부터 밉보여 밀려나자 마치 민주화 투사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여왔다. 그의 행보는 `권력투쟁’이지 `쇄신’이라 이름 붙이기 곤란하다. 정 의원 역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한나라당은 `고승덕’이라는 철없는 의원이 폭로한 `박희태 돈봉투’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고 의원은 `정치개혁’을 위해 폭로했다지만 그의 폭로로 한나라당의 정치개혁 동력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다. 정치인이 `입’을 연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그런데 자칭 쇄신파들이 중앙당-당 대표 폐지라는 엄청난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촉구했다. 남경필-정두언 의원은 이미 지적했듯 최고위원 출신이다. 당내에 소통할 채널이 있다. 그럼에도 기자들을 불러들여 한바탕 `쇄신마케팅’을 벌였다. 한나라당이 정신 못차리고 비틀 거리는 이유를 알만하다. 한나라당이 당을 쇄신하기 앞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입조심’이다. 이제부터라도 제발 그 요란한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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