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외쳤던`뇌물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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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외쳤던`뇌물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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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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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놈 나온다/………/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 쓰고 혁명공약 배지 차고/……/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치자즉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 알고 저리 멀찍 비켜 서랏, 냄새 난다 퉤 -/골프 좀 쳐야겄다’. `구악은 신악으로’란 표현 때문에 오래 잊지 않고 있던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한 구절이다. 선량(選良)을 비웃은 부분인데, `악은 계속된다’는 뜻의 이 비아냥은 잊을만하다가도 상기되곤 한다.
  5·16쿠데타 세력은 “은인자중하던 군은 금조미명(今朝未明)을 기해……국가의 3권을 장악하고 군사혁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국민 앞에 나타났다. 그들의 혁명공약 제3장은 `이 나라 사회와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일소한 구악의 자리에는 자신들이 저지른 신악(新惡)이 자리 잡고 들어앉았다는 게 대학생 시인 김지하의 조롱이었다. 군인들이 쿠데타 이후 특권 생활을 누리는 것에 대한 분통이었던 거다.
 선거혁명으로 권력이 바뀌어도 권력을 새로 잡은 사람들은 `구악일소’의 공약을 언제나 신악으로 대신해 왔다. 그걸 되새겨 기억하면서 국민을 위한 권력이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것인가, 우리는 절망하게 된다. 매번 변설(辯舌)을 믿고 표를 주게 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뿐이다. 선거 승자들이 챙기고 싶은 자기 잇속 앞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은커녕 최소한의 예의도 체면도 없다. 이념과 공정은 표를 얻기 위한 말장난이란 걸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2년 전 `부패한 교육을 개혁하자’는 구호를 내세워 당선됐던 전라남도 교육감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그저께 구속됐다. `선의의 뇌물’을 받은 걸까. 그와 함께 진보성향 교육감으로 알려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단일화 대가로 큰돈을 건넸다 하여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둔 상황인지라 `진보’쪽 선량들의 `신악’ 행태에 많은 사람들은 지금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 말처럼 `깨끗한 세상’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걸까.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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