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엘리트 중 엘리트다. 재벌 2세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에, 존스홉킨스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0대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해 7선 최다선 의원으로 등극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을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아 세계최고 조선소로 키웠다. 국제축구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대통령감’이다.
이런 최고 대통령감의 입에서 해괴한 말이 튀어 나왔다. 지난 13일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일부 신문이 황우여 전 원내대표를 `환관’이라 지칭하는데 “황 의원이 대응도 안 한다”며 “인정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파가 나쁜지 환관이 나쁜지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이게 최고 엘리트이자 대선후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가?
황우여 전 원내대표가 `환관’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주사파가 나쁜지 환관이 나쁜지 토론해야 한다”는 그의 망언을 뜯어 보자. 환관은 왕조시대 나름대로 필요에 의해 운영된 내관(內官) 시스템이다. 환관의 폐해는 역사가 증명한다. 그러나 종이를 발명한 중국의 채륜, 온 몸이 찢기면서도 연산군에게 `선정’을 강언한 김처선같은 훌륭한 환관도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저지른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막장폭력 사태로 주사파들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주사파 몸통을 보호하고 그들을 국회에 심어 `진지’를 구축하려는 악다구니를 목도했다. 당권파들의 폭력사태 직전 자리를 피한 `진보아이콘’이라는 이정희 전 대표는 진중권씨에 의해 “중간기착지에서 여객기를 내린 비행기 폭파범”으로 낙인찍혔다. 정 의원은 주사파가 뭔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그러고도 7선 최다선의원이라고 으스댈 것인가?
정 의원은 아마도 황우여 의원을 `환관’으로 손가락질 하는 것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싶었을 것이다. 박 위원장 주변 `친박’은 수염도 나지 않는 `환관’ `내시’같은 존재라고 낙인찍어 친박 진영을 흔들겠다는 속셈이다. 그럴 의도였다면 그냥 친박을 “수염도 안나는 환관들”이라고 비난하면 그만이다. “주사파가 나쁜지 환관이 나쁜지 토론해야 한다”는 말이 도대체 뭔가?
정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손잡았다 느닷없이 등을 돌린 전과가 있다. 노 후보와 `공동정부’ 구성을 전제로 후보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여론조사에서 밀려 탈락하자 대선 전날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지지철회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는 당선됐고, 친북-좌파정권이 들어섰다. 이게 정 의원의 정치적 판단력이다. 정 의원은 지금도 `주사파’와 `환관’ 가운데 누가 더 나쁜지 토론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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