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총도 맞으면 기분 나쁘다고 한다. 총알을 재지 않은 총이니 100번을 맞아도 털끝도 다칠 일은 없다. 그런데도 자기를 향해 노리쇠 철거덕거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게 마련이다. `폭탄돌리기’놀이도 그렇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손안에서 터진다한들 다칠 일은 없다. 그러나 얼른 옆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은 놀이의 재미를 위한 것만은 아닐 게다.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에 나오는 얘기를 간추려 본다. 뜰에 심은 오동나무가 말라죽자 이웃 노인이 베어버리라고 충고했다. “재수없다”는 이유였다. 그의 말대로 했더니 그 노인은 땔감으로 쓰겠다며 달라고 했다. 그제서야 이웃노인의 엉큼한 속셈을 알아차린 나무 주인은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로 축약된 고사성어다. 이 경우 이웃노인의 진정성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선입견의 힘이 그만큼 크다.
석면의 위험성을 새삼 들출 필요는 없다. 폐석면 운반 과정이라고 안전할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대한 신뢰감이 두텁지도 못하다. 수도권은 모든 잇속을 다 챙기는데 포항은 `발암물질 쓰레기’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반발심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도 남는다. 뒤늦게라도 관계당국의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의심이 암귀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게 생겼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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