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문제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지방의회의 부패 이야기다. 경주시의회와 군위군의회 비례대표 의원의 임기 나눠먹기는 시작일 뿐이었다. 이때 우리는 경주·군위뿐이겠느냐는 의문을 강력히 제기한 일이 있다. 이 의문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뒷받침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경북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금품제공 제보가 빌미였다.경산시의회는 비공개로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방청객과 공무원을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고는 최고득표율 신기록까지 세웠다. 문 걸어 잠근 채 의장단 선거를 한 전례는 어디에도 없다. 짬짜미 의혹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다. 대구시 달서구의회 또한 의장단 나눠먹기 밀약 의혹에 휩싸여 있다. 동네 친목계 모임에서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가슴칠 일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예천군의회(5기) 전임 의장단 후반기 선거에서도 돈봉투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의장단 선거를 경품 뽑기 쯤으로 아는 의식 수준이 볼썽사나운 모양새로 몸통을 드러낸 꼴이다. 이 꼴불견 의회상이 지금까지 드러난 몇몇 곳에서만 벌어진 일일지는 의문이다.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지방의회 부패상은 충격 그 자체다. 이런 일이 대구·경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믿기도 어렵다. `풀뿌리 멍석’을 깔아놓으니 혈세 빨아먹기 잔치만 벌인 꼴이다. 주민은 지방의회 의원들 좋은 일시키는 `봉’노릇만 해온 셈이 아닌가? 이번 사태는 지방의회에게는 치명상이다. 그러잖아도 지방의회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는 판이다. 지방의회의 부패는 스스로 수명을 줄이는 자충수(自充手)가 아니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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