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부정회귀
  • 정재모
신공항 부정회귀
  • 정재모
  • 승인 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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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음 `ㅏ’ 가 경상도사투리에선 흔히 `ㅗ’가 된다. 말(水草)을 `몰’이라 하고 팔(臂)은 `폴’, 파리(蠅)는 `포리’다. 서울내기가 도장과 통장을 따로따로 보관할 때 경상도서는 `또로또로’ 간직하고, 개가 핥은 죽사발도 이쪽 사람 입질에 오르면 `개 홅은 죽사발’이 된다. 이러한 방언현상을 알아차린 어느 윤똑똑이가 콩을 팔러 서울의 한 곡물가게에 들러 주인에게 거침없이 외쳤단다. “주인장, 캉 한 되 주샤!” 언어학자 허웅 박사가 저서 `언어학개론’에서 소개한 사례다.
 잘못된 말을 바로잡는다는 생각에서 정작 바른말을 잘못되게 고쳐버리는 일을 언어학 용어로 부정회귀(不正回歸)라 한다. `김’을 `짐’이라 하고 `기름’을 `지름’이라 발음하는 구개음화 현상을 피하려는 생각에서 `짐(荷物)’을 `김’이라 하거나, 점심을 `겸심’으로 말하는 따위다. 이처럼 바른말 `짐’은 `김’으로 잘못 고치면서 정작 고쳐야 할 `질’은 `길’로 바로잡지 않는 경우를 합쳐 말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김 나간다 질 비켜라.”란 우스꽝스러운 개그가 창조된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저물어 가면서 여러 실정들이 욕을 먹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현 정부가 한 일을 대부분 부정하는 모양새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마저 차별화란 이름으로 현 정부 정책 부정태도를 애써 숨기지 않는다. `신공항’ 문제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부산 쪽 여당 국회의원들이 신공항건설 재추진을 위한 무슨 법안을 냈다. 이에 질세라 대구 쪽서도 비슷한 이름의 법안을 낼 모양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는 엊그제 대구에서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는 말로 발을 들여 놓았다.
 신공항은 수십조 원이 드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입지평가위원회가 지난해 3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정을 내렸다. 2009년 타당성조사를 한 국토연구원도 똑같은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정부는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그만한 돈을 쏟아 붓고 경제성이 없다면 안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선거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추진을 요구한다. 이에 정치권이 부응하고 대선후보는 다시 추진할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이전의 타당성 조사보다 더 전문적이고 믿을 만한 검토를 해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겉보기로는 부정회귀다. 행여 누구 말마따나 선거에서 재미 좀 보려고 “김 나간다, 질 비켜라”는 꼴로 바른 길을 잘못 짚은 `회귀’라면 그건 한갓 개그일 뿐 아니라 역사 앞에 죄가 될 수도 있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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