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들 올림픽에 보내 왜 나라 망신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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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 올림픽에 보내 왜 나라 망신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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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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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올림픽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과 국민 성원이 어우러진 감동의 축제다. 쏟아지는 메달 소식에 찜통더위, 팍팍한 살림살이를 잠시 잊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8시간의 시차 속에서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애쓰는 방송 중계 팀의  노력 또한 간과될 수 없다. 그러나 한 TV방송의 경망스러운 프로그램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어 유감이다. SBS 힐링 캠프가 그것이다.
 SBS 힐링캠프는 국내에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다. 최근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출연시켜 주목도를 더 높였다. 그런데 이 오락프로그램이 통째로 런던으로 날아가 메달을 딴 선수나 그 가족들을 출연시키는 한편 경기장을 찾아 대표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을 연일 비쳐주고 있다.

 문제는 힐링캠프 MC들의 저질 응원과 관전 매너다. 힐링캠프 MC는 주지하다시피 개그맨 이경규와 김제동, 영화배우 한혜진이다.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이들은 7월 28일 진종오 선수가 출전한 권총 10m 사격 결승전에서 `꺅~!’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경기장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다. 진 선수의 마지막 사격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비명을 질러 진 선수 다음 사격을 준비하던 외국 선수의 경기를 방해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올림픽 경기장을 개그콘서트로 착각한 격이다.
 힐링캠프 MC들은 축구대표팀의 예선 세 경기(멕시코-스위스-가봉 전)에 모두 응원에 나섰다. 이들은 경기 내내 “꽥꽥” 소리지른 게 다다. 심지어 이경규는 대표팀이 실수하자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경솔한 태도를 보였다. 김제동과 한혜진은 박수만 치고 선수들 이름만 외치는 구경꾼에 불과했다. SBS는 뭐하러 개그맨과 영화배우를 런던에까지 보내 가뜩이나 높은 불쾌지수 속에서 중계를 봐야하는 시청자들의 부아를 돋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힐링 캠프 MC들은 `힐링캠프’ `배지’를 달아준답시고 국가대표 유니폼의 태극기를 배지로 가려버리는 망발까지 저질렀다. 4일 방영된 힐링 캠프에서 MC들은 국가대표선수들을 쫓아다니며 인터뷰하면서 선수들에게 `힐링 배지’라며 나뭇잎 스티커를 붙여줬다. 특히 한혜진은 복싱 선수 한순철의 국가대표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기 위에 배지를 달았다. 그 바람에 한 선수 유니폼에서 태극기가 사라져버렸다.
 뿐만 아니라 힐링캠프 MC들은 경기를 방금 끝낸 선수들을 게스트석에 앉히거나 그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무례도 서슴지 않았다. 훈련과 경기로 심신이 지친 대표선수들의 사정은 깡그리 무시한 행동이다. 방송사가 올림픽을 입체적으로 중계하기 위해 오락을 가미하겠다는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츠는 스포츠답게 중계하는 게 옳다. 올림픽에 개그맨들을 투입해 스포츠를 개그화하고, 스포츠맨들을 개그맨처럼 희화하는 것은 오락도 아닌 싸구려 개그일 뿐이다. 스포츠를 스포츠답게 중계할 때 시청률도 오르고 품격도 높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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