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인데도 왜 호화청사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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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인데도 왜 호화청사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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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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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치레는 요란하건만 속은 텅 비어있는 것이 외화내허(外華內虛)다.허영에 들떠있거나 권위의식에 죽고 사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이런 내허외식(內虛外飾)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다. 공공기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고질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겉치레 의식은 흔히 청사에서 드러난다. 이런 건물일수록 소수 근무자가 쓰기엔 지나치게 공간이 넓다. 또한 사치스럽달   만큼 건축자재가 번쩍거린다. 몇 몇 지자체 청사가 호화청사로 꼽히고 있는 사례는 이미 구문이다. 이런 청사들은 지금 그 전용 공간을 줄이느라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줄이고 또 줄여도 남는 공간 때문에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청사를  그 하나로 꼽으면 된다.

 호화청사들이 공간 줄이기에 골몰하는 가운데  일부 지방이전 공공기관들이 과대 건물에 집착하고 있어 말썽거리가 되고 있다.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도로공사가 그 대표로 지목받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인 도로공사는 직원 한 사람이 405.5㎡나 되는 공간을 쓸 수 있는 셈이라고 한다. 물론 다른 시설이 들어갈 공간도 포함된 것이겠지만 그만큼 공간이 널찍 널찍하다는 소리는 된다. 민주당 김관영 국회의원의 조사 자료가 그렇다. 비좁은 사무실에 책상 하나 겨우 들여놓고 염천을 지낸 중앙부처 간부 가운데엔 쓴 침을 삼키는 사람도 있을 것만 같다.
 도로공사나 LH는 손꼽히는 적자 부실  공기업이다. 김천으로 이전하게 되는 도로공사만 하더라도 최근 본보가 그 난맥상을 지적한 그대로다. 최근 10년 동안 건설한 6개 고속도로에서 284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던 처지다. 익산 ~ 포항을 비롯한 6개 고속도로 건설비는 13조3477억 원이었다. 이런 형편에 초호화사옥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는 체육인들이 영원한 꿈이다. 그렇다고 공공기관들이 이를 흉내내려 든다면 망상이란 지탄을 벗어나기 어려울 건 빤한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호화청사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도 `더 크게’ `더 넓게’ `더 비싸게’ 청사를 짓자고 앞을 다툰다면 납득할 국민이 있을 성 부른가. 더구나 신사옥 건립은 재원의 자체 조달이 조건 아닌가.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처지에 호화청사는 아방궁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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