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는 요란하건만 속은 텅 비어있는 것이 외화내허(外華內虛)다.허영에 들떠있거나 권위의식에 죽고 사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이런 내허외식(內虛外飾)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다. 공공기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고질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겉치레 의식은 흔히 청사에서 드러난다. 이런 건물일수록 소수 근무자가 쓰기엔 지나치게 공간이 넓다. 또한 사치스럽달 만큼 건축자재가 번쩍거린다. 몇 몇 지자체 청사가 호화청사로 꼽히고 있는 사례는 이미 구문이다. 이런 청사들은 지금 그 전용 공간을 줄이느라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줄이고 또 줄여도 남는 공간 때문에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청사를 그 하나로 꼽으면 된다.
도로공사나 LH는 손꼽히는 적자 부실 공기업이다. 김천으로 이전하게 되는 도로공사만 하더라도 최근 본보가 그 난맥상을 지적한 그대로다. 최근 10년 동안 건설한 6개 고속도로에서 284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던 처지다. 익산 ~ 포항을 비롯한 6개 고속도로 건설비는 13조3477억 원이었다. 이런 형편에 초호화사옥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는 체육인들이 영원한 꿈이다. 그렇다고 공공기관들이 이를 흉내내려 든다면 망상이란 지탄을 벗어나기 어려울 건 빤한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호화청사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도 `더 크게’ `더 넓게’ `더 비싸게’ 청사를 짓자고 앞을 다툰다면 납득할 국민이 있을 성 부른가. 더구나 신사옥 건립은 재원의 자체 조달이 조건 아닌가.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처지에 호화청사는 아방궁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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