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안모(27·남)씨와 이모(27·여)씨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곧 사랑에 빠졌다.
당시 대학을 중퇴하고 직업이 없었던 안씨는 법률사무소 직원이었던 여자친구의 카드로 데이트 비용을 지출하고 자신의 신용카드 빚을 갚았다. 6개월 뒤 안씨는 부사관으로 입대했는데 이번에는 여자친구가 무분별하게 쓴 카드 빚을 안씨가 변제했다.
그러던 중 법률사무소 직원이었던 이씨는 2002년 남자친구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 것을 우려해 각서를 받아야겠다며 안씨로부터 5000만원짜리 어음을 받아 냈다. 안씨는 이씨에게 5000만원을 빌린 적이 없지만 그녀의 요구에 응했다.
그러나 둘은 곧 헤어졌고 이씨는 안씨에게 5000만원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이상철 부장판사)는 1일 이씨가 안씨를 상대로 낸 어음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안씨는 이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어음금 지급채무를 부담하겠다는 뜻에서 어음을 작성해 준 것이 아니라 원고가 요구하는 대로 남녀 사이의 정표로서 어음을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원고 역시 피고와 헤어질 것을 우려해 각서라도 받아둬야 겠다는 뜻에서 피고에게 작성케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간 어음 발행행위는 어음금 채무를 부담할 의사가 없이 행해졌고 원고도 그러한 사실을 알았던 이상 무효다”며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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