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
  • 정재모
`북침’
  • 정재모
  • 승인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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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 내려왔으니 `북침’ 아닌가요?” 최근 어느 신문이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단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의 첫 번째 느낌은 `아, 한심하도다, 큰일이구나’였다. 아무리 한글만 가르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그렇지, 고등학생 대학생 될 때까지 배운 녀석들이 북침의 뜻을 모르다니…! 하지만 기막힌 것도 잠시, 다음에 찾아온 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러면 그렇지!
 가슴을 쓸어내린 까닭은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했던 한마디 말에 연원이 있다. “우리 고등학생 69%가 육이오를 `북침’이라고 응답했다더라”는 한 언론조사의 결과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던 거다. 좌파세상이 돼버렸다더니, 이 정도까지 왔단 말인가!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북침’은 `북한이 남한을 치고 내려왔다’는 뜻이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인식하는 개념이 정확하면 됐지, 까짓 한자어 낱말 하나를 알고 모름이 대수이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던 끝에 이번엔 문득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북이 남을 치고 내려오는 것이 과연 `남침’이 맞는 건지, 혹시 `침남’이라 해야 옳은 건 아닌지, 그 조어(造語) 방식의 합당성을 한 번도 따져본 기억이 없어서다. 그저 그렇게만 알고 있어온 자신의 맹목적 낱말지식이 의심스러워진 거다. 의심은 꼬리를 문다. 학창시절 역사 공부 곳곳에서 수시로 접했던 말 `외침’이란 말은 외세의 침략, 이민족이 우리를 침략해온 것을 두고 하던 말이 아니었나?  왜침은 곧 `倭侵’이고 이는 바로 왜국이나 왜구(倭寇)가 조선을 침략하고 노략질해 온 것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북침’은 북한의 남한 침공이란 풀이가 맞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기성세대는 개념을 정확히 담아내는 표현에 대한 고민 한 번 해본 적 없이 그저 애매한 낱말을 써 왔다. 그런 기성세대는 북침의 뜻을 혼동하는 청소년들을 한심해 할 자격이 없다. 인터넷을 다녀 보면 청소년 세대가 어른들보다 되레 한자어 조어 논리에서 한발 앞서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북침’과 `남침’에서 주어생략 같은 용어를 쓰고 있고, 목적어와 목적보어 같은 문법용어로 뜻풀이에 접근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남침’이 우리가 머릿속에 지닌 남침의 개념과 거꾸로 된 표현으로 인식 할 수 있는 그들이다. 조어법상으로도 애매한 `남침’이니 `북침’이니 하는 말 이젠 버리고 더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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