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삼중 안전장치, 더 큰 재앙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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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중 안전장치, 더 큰 재앙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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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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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원전산업의 안전실태 진단...대형사고 가능성 꼼꼼히 살펴

 

 1979년 3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원전 2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냉각수를 거르는 장치에 불순물이 섞이면서 터빈이 멈췄다.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대비해 만든 비상 급수 펌프마저 막혔다. 사고 이틀 전 보수 작업을 한 뒤 실수로 밸브를 닫아놓은 것이다.
 여기에 밸브가 닫혔다고 알려주는 계기판도 가려져 있었다. 밸브가 닫혔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어려운 탓에 초기 대응이 늦었고 결국 이후 2주가량 미국 전역이 원전 사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각각의 사고를 떼어놓고 보면 가볍게 제어할 수 있는 일들이다. 위험시설인 만큼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가 공교롭게 한 번에 겹치자 재앙이 된 것이다.
 찰스 페로 예일대 사회학교수는 이처럼 아무리 효율적인 안전장치를 동원해도 피할 수 없고,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부러지게 지적하기 어려운 사고를 `정상사고(Normal Accidents)’라고 부른다.
 페로 교수에 따르면 사고를 줄이고자 고안해 낸 복잡한 장치들이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고의 빈도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속성과 관계됐기 때문에 흔히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번 터지면 파국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재(人災)’만 운운한 채 시스템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단지 여론을 잠재우려고 희생양을 찾는 일은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페로 교수의 주장은 최근 국내 번역된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원제: NormalAccidents)에 담겼다.
 1984년 발간된 이 책은 대형사고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각종 사고 연구의 필독서로 통한다.
 저자는 책에서 각종 원전 사고 사례를 들어 원전 산업의 안전 실태를 진단한다.
 또 복잡한 시스템이 연계된 항공 산업을 비롯해 해운 산업, 댐, 호수, 탄광 등 대형사고 가능성을 안은 여러 부문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는 대부분의 고위험 시스템에서는 사고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그는 “시스템이 워낙 복잡하게 연계됐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 쉽지 않으며, 위험을 완전하게 제거하려면 시스템을 폐기하거나 재설계하는 길밖에 없다”며 “다만 고위험 시스템의 특별한 속성을 분석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와 불가피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페로 교수의 주장은 최근 납품 비리 등이 드러나면서 원자력 발전 사고 위험에 대한 불안이 커진 국내 현실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연합
 김태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576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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