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난 인간이 아닌 짐승을 봤다
  • 이부용기자
그날 난 인간이 아닌 짐승을 봤다
  • 이부용기자
  • 승인 2013.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천DVD `도가니’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중 하나가 장애인이다. 특히 부모가 돌봐주지 않는 힘이 없는 아이들일 경우엔 더욱 소외되고 악한 자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가니’는 유명 작가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황동혁 감독은 이 소설을 읽고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노를 감출 수 없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광주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이 소설은 작가가 인터넷 연재를 진행 중인 기간에도 총 16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원작을 거의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사건의 처참함과 피해자들의 꿈틀거리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펼쳐놓아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강인호는 모교 교수의 추천으로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학교에 도착한 첫날부터 학원 법인재단 이사장의 쌍둥이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으로부터 학교발전기금 명목의 돈을 5000만 원이나 요구받고 학교 분위기가 자신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다.
 인호는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의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학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원작에는 진실에 다가갈 것이냐 외면할 것이냐를 두고 갈등하는 인호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속에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이 부분을 영리하게 걷어내고 초반부터 빠른 호흡으로 교장 일당의 만행을 보여준다.

 그들의 만행은 영화 속에서도 끔찍하게 묘사됐지만, 아이들의 신체를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꽤 조심스럽게 다루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영화는 이어 법정 투쟁으로 곧바로 넘어가면서 꽤 긴장감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언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그들이 곧 벌을 받으리라는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피해자들 앞에는 현실적인 장벽들이 차례차례 가로막는다.
 법조계가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전관예우 규칙, 돈을 앞세운 가해자들의 합의 종용 앞에서 힘없고 몸까지 성치 않은 아이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의 싸움을 벌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작은 승리들을 거둔다.
 이렇게 정의가 승리하나 싶은 기대가 들 무렵, 영화는 세상이 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의 믿음처럼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영화의 미덕은 관객들에게 감정을 과잉으로 호소하거나 정의를 직접적으로 강요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교장 일당과 탐욕스러운 변호사가 `사필귀정’을 운운하는 장면이 영화의 메시지를 아이러니하게 담고 있다.
 또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책 속에서 활자로 접할 때보다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힘없이 흐르는 눈물을 마주할 때 느끼는 슬픔과 분노는 더욱 명징하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