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김사과 저, 창비, 352쪽, 1만2000원
2005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김사과(29)의 새 장편. 뉴욕에서의 어학연수 시절이 천국이었던 것처럼 여기는 여대생 케이가 한국으로 돌아와 현실을 마주하며 겪는 내면적 갈등을 그린다. 중산층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환락으로 삶의 지루함을 걷어내던 케이에게 서울의 베이글은 맛도 없고 커피는 싱겁다. 뉴욕보다 서울은 전반적으로 후졌다.
케이가 매일 같이 뉴욕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남과 다른 취향을 개발하는 데 진력하는 건 결국 자신이 하찮고 시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158쪽) 때문이다. 이 두려움을 애써 외면하려고 택했던 나름의 처방들이 오히려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아무와도 이해의 통로가 열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어진 중산층이 소비와 취향, 타인과의 차별화에 매몰돼 길을 잃어버리고 몰락해가는 현실을 냉담하게 그렸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소비지옥’을 개별인간들이 `소비천국’으로 착각함으로써 몰락을 외면하는 아이러니를 경고한다.
작가는 곳곳에서 이런 현실의 양태와 배경을 직접적으로 서술한다. 소설이 아니라 인문서처럼 여겨질 정도로 어조가 바뀐다. 이런 방식 덕에 작가의 생각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의 재미가 반감된다.
소동파 평전
왕수이자오 저, 조규백 옮김, 돌베개, 375쪽, 2만원
니체전시집
프리드리히 니체 저, 이민영 옮김, 지그마북스, 2만5000원
20세기가 낳은 가장 걸출한 사상가 중의 한 명인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모든 시들.
독일의 무자리온 출판사가 펴낸`니체 전집’ 제20권에는 니체가 소년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쓴 시들이 모두 들어 있다. 이 번역 시집은 제20권을 완역한 것이다. 니체 철학의 정수가 이 시들 속에 담겨 있다.
일본인 작가 아키야마 히데오, 도미오카 치카오가 엮고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해설했다. 우리말 번역은 이민영씨가, 감수는 강영계씨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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