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그 거리를 걷는다. 그와 함께 걷는다.
대구시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 그 거리에는 수많은 그가 있고 여전히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광석의 `미처 다 하지 못한’은 2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그의 일기와 메모, 편지, 노랫말 등으로 구성됐다. 이 책은, 책의 제목처럼 그가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광석 탄생 50주년을 맞아 그를 소재로 한 방송과 뮤지컬이 인기를 얻는 등 그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 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가 남긴 노래와 글이 아닐까. 이 책은 너무나 일찍 떠나버린 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텍스트다.
“바늘 같은 바람이라 더욱 움츠리고 움츠릴수록 외로워지는 겨울. 라면과 소주, 쓸쓸한 뒷모습, 흙먼지, 신촌 포장마차, 고춧가루 뿌린 우동 가락. 깡마른 친구의 김 서린 안경 너머로 세상은 맑게 빛날까?”(21쪽)
그의 글은 거칠고 산만하다. 그러나 섬세하고 따뜻한 그의 감성만은 그대로 담겨있다.
이 책 속에는 노래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하는 딸에 대한 이야기, 아내와 다툰 이야기 등 평범한 삶을 살다간 그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또한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그의 노래에 대한 사연들도 담겨있으며 끝내 부르지 못한 64곡의 미완의 노래도 만나볼 수 있다.
“콘서트를 마친 후 동료들과 저녁을 먹다가 물어보았다. “환갑 때 뭐 하고 싶니?” 한적한 곳에다 오두막을 짓고 한가롭게 살겠다는 친구도 있었고, 회춘쇼를 하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환갑 때 연애하고 싶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로맨스. 로맨스는 아무쪼록 번개를 맞은 것처럼 격렬해야 한다.”(153쪽)
서른 두 살의 짧은 삶을 살다간 그는 글 속에서 자신이 미처 살아보지도 못한 자신의 생을 이야기 한다. 마흔의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일주를 꿈꿨으며 환갑의 그는 설레는 로맨스를 꿈꿨다.
기타와 하모니카가 너무나 잘 어울렸던 김광석. 그는 섬세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로 청춘의 고민과 인생을 노래했다.
1000회가 넘는 소극장 공연을 통해 수많은 청춘들과 마주한 그는 청춘의 방황을 노래하며 그들을 보듬고 격려했다. 그의 노래와 감성은 공감이라는 힘을 갖고 있었다.
“뉴욕의 음악 거리인 그리니치의 작은 카페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곳은 별 특징도 없었지만 무려 80년이나 되었단다. 나는 그곳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아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대중문화의 저력을 느낀다. 나는 내가 느낀 것을 우리 딸이 그대로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 2, 3 세대가 공유하는 공간이 있는 문화는 손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150쪽)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서른즈음에)”와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이등병의 편지)”는 서른을 목전에 둔 청춘들과 입대를 앞둔 남자들에게는 절대적인 그것 이상의 의미였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비롯해 `사랑했지만’, `외사랑’ 등은 사랑에 다친 사람들의 아픔을 노래했다. 사랑과 꿈이 인생의 전부였던 청춘의 시절, 김광석은 청춘을 대표하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그와 함께 청춘을 살다간 사람들은 지금, 엄마 혹은 아빠가 됐다. 그들은 아들, 딸과 함께 그를 추억한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리고 수 많은 그가 있는 그 거리를 걸으며.
응답하라, 김광석. 아니 응답하라, 우리들의 청춘이여.
김광석. 예담. 249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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