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사서(史書)인 삼국유사에는 숱한 지명, 마을 이름, 절 이름, 산하의 이름 들이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에 일연스님이 쓴 역사책에 실려 있는 각종 이름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면 이는 그 주변에 살거나 연고를 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화합인자가 된다. 연오랑세오녀 조에 나오는 `영일(迎日)’이란 지명이 바로 그런 경우의 하나다.
삼국유사에 슬쩍 한번 언급됐을 뿐인 미탄사(味呑寺)란 절 이름이 간행된 지 7백년이 넘는 역사 책 속에서 마침내 신비를 벗고 현실세계에다 절 모습 한 조각을 드러냈다. 경주시 구황동 미탄사지에서 `味呑(미탄)’이라는 글자가 찍힌 기와가 조계종 산하의 불교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최근 출토된 것이다. 이 명문(銘文)기와 조각은 그동안 추측만 해왔던 미탄사의 위치를 확정적으로 증명하면서 통일신라말의 문장가 최치원(崔致遠·857~?)이 살았다는 집, 독서당(讀書堂) 위치까지 지정해주는 획기적인 증거자료가 된다.
오래된 기록의 내용을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자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은이 일연스님이 주로 오늘날의 영남지방에서 거주한 때문인지 삼국유사에는 영남지방의 대소 지명, 산하의 명칭, 구체적 사찰명 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그 현장이 정확히 어디인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수없이 남아 있다. 특히 서라벌이라 했던 신라왕경 경주와 그 인근 지역에는 아직도 삼국유사 책갈피의 신비감에 파묻혀 있는 이름이 참 많다. 이번 미탄사처럼 두고두고 하나씩 신비를 벗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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