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대종
  • 정재모
신라대종
  • 정재모
  • 승인 2014.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우리에게 시계 소리는 `째깍째깍’이지만 `똑딱똑딱’으로도 들린다. 영어에서는 이 소리를 `클릭’이라고도 하고 `틱택’이라고도 한다. 어떤 작가는 인간을 향해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소리로 여겼던 건지 `캄퀵캄퀵(comequcik~)’이라고도 썼다. 둥둥하는 우리의 북소리가 서양 사람들에겐 붐붐으로 들리고 개가 컹컹 짖는 건 바우와우로 들리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이렇게도 들리고 저렇게도 적을 수 있는 게 사람의 말(음성) 이외의 소리(음향)다.
 북소리는 `둥둥’으로도 들리지만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강강’이라고 옮겨 적었다고 틀리다 할 수 없다. 사람의 음성이 아닌 동물이나 무생물의 소리에는 혀의 작용에 따른 음절(syllable)이 없다. 이 때문에 듣는 이의 기분과 생각에 따라 달리 들리는 게 음향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성덕대왕신종(봉덕사종·에밀레종)의 소리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들을까. 여운이 우리민족에게 `에밀레 에밀레’라는 애절한 소리로 들린다는 그 종소리 말이다.

 쇳물을 끓여 붓고 또 끓여 부어, 만들고 또 새로 만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자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를 펄펄 끓는 쇳물에 넣어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는 잔인한 설화는 듣는 이를 슬프게 한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왠지 모르게 전설이 아름답게 느껴지다니 이 지독한 모순의 심사라니! 비장미일까. 자신을 종(鐘)에게 바친 그 섬뜩한 어미를 원망하는 듯 애원하는 듯 종이 울릴 때마다 가냘픈 `에밀레’를 들었던 우리 선조들의 감성적 상상력에 대한 찬미일까.
 경주시가 에밀레종을 모델로 `신라대종’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에밀레’란 낱말에 값싼 생각이 두서없이 뻗었다. 만든 지 2000년이 넘었건만 형태와 소리는 그대로다. 그 귀한 보물 다칠세라 이제 당목(撞木)으로 칠 수 없도록 보호하고 있다. 그만한 종 제대로 흉내 내 만들지도 못할 후손들에게라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고 보니 호미곶자야말로 진품 에밀레종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신라대종을 만들 양이면 부디 에밀레종의 소리까지 쏙 빼닮게 만들어 2000년 전의 저 은은한 신라종소리 한번 들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편집인 : 모용복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