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우리에게 시계 소리는 `째깍째깍’이지만 `똑딱똑딱’으로도 들린다. 영어에서는 이 소리를 `클릭’이라고도 하고 `틱택’이라고도 한다. 어떤 작가는 인간을 향해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소리로 여겼던 건지 `캄퀵캄퀵(comequcik~)’이라고도 썼다. 둥둥하는 우리의 북소리가 서양 사람들에겐 붐붐으로 들리고 개가 컹컹 짖는 건 바우와우로 들리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이렇게도 들리고 저렇게도 적을 수 있는 게 사람의 말(음성) 이외의 소리(음향)다.
북소리는 `둥둥’으로도 들리지만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강강’이라고 옮겨 적었다고 틀리다 할 수 없다. 사람의 음성이 아닌 동물이나 무생물의 소리에는 혀의 작용에 따른 음절(syllable)이 없다. 이 때문에 듣는 이의 기분과 생각에 따라 달리 들리는 게 음향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성덕대왕신종(봉덕사종·에밀레종)의 소리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들을까. 여운이 우리민족에게 `에밀레 에밀레’라는 애절한 소리로 들린다는 그 종소리 말이다.
경주시가 에밀레종을 모델로 `신라대종’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에밀레’란 낱말에 값싼 생각이 두서없이 뻗었다. 만든 지 2000년이 넘었건만 형태와 소리는 그대로다. 그 귀한 보물 다칠세라 이제 당목(撞木)으로 칠 수 없도록 보호하고 있다. 그만한 종 제대로 흉내 내 만들지도 못할 후손들에게라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고 보니 호미곶자야말로 진품 에밀레종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신라대종을 만들 양이면 부디 에밀레종의 소리까지 쏙 빼닮게 만들어 2000년 전의 저 은은한 신라종소리 한번 들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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